김예지, 소수자 할당의 이유

입력
2022.03.29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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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여해 무릎을 꿇고 이준석 대표의 혐오 발언과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여해 무릎을 꿇고 이준석 대표의 혐오 발언과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혐오 발언을 대신 사과한 김예지 같은 당 의원에 대해 “내 대변인이 아니다”라고 29일 언론에 말했다. 연일 ‘시민 볼모’ ‘독선’ ‘비문명적 시위’ 라는 표현으로 장애인단체를 비난해온 것이 아무 잘못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그에 대한 비판을 오히려 “성역화”라고 했다. 실수가 아닌 신념의 표출이라는 뜻이다. 사실 이 대표가 평소 소신으로 주장해온 능력주의가 약자 배제·혐오로 가기 십상이라는 것은 많은 이들이 예견한 바다.

□ 28일 장애인단체 시위 현장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한 김예지 의원은 그와는 전혀 다른 공감능력을 보여주었다. 그 자신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국회에서 일하느라 바빴지만 마음만은 그 자리(시위 현장)에 있었다. 다른 사람 일이 아닌 내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법으로 처벌하거나 궁지에 몰아 눌러버리는 게 아니라, 포용하고 중재하고 설득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소수자 할당이 왜 필요한지 그 이유 또한 보여주었다.

□ 이 대표는 소수자 할당제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장애인이 가진 불리함을 20% 장애인 가산점으로 극복하는 게 가능하냐. 실효성도 없다. 김예지 의원 같은 분은 장애인 카테고리가 아닌 김예지로서 공천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할당제를 통해 일부러 노력하지 않으면 국회 다양성이 더 떨어지는 것은 과거에 수없이 확인한 현실이고 앞으로도 뻔히 예상되는 일이다. ‘능력 위주'로 뽑은 인수위원이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일색이었던 것만 봐도 그렇다.

□ 약자로 살아본 경험은 흔히 공감의 폭을 넓힌다. 꼭 당사자만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지만 다수가 무심하게 지나칠 일을 소수자라면 예민하게 보게 된다. 기업도 경영진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경영성과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많은데 하물며 국회는 대의 정치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좋은 머리가 아니라 공감할 줄 아는 마음이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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