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이관' 승기 굳히려는 외교부... "통상 없는 외교, 팔다리 묶인 것"

입력
2022.03.29 20:5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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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왼쪽)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들과 오찬 겸 업무회의를 하고 있다. 인수위 제공

안철수(왼쪽)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들과 오찬 겸 업무회의를 하고 있다. 인수위 제공

“조직을 당겨오려는 의도가 아니다. 지난 9년 동안 통상 업무가 없어 너무 힘들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29일 취재진과 만나 새 정부에서 ‘통상 기능’ 이관을 요구하는 이유를 외교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에 있는 대외교섭 업무를 외교부로 옮길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당사자가 공개 입장을 밝힌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업무 확장이 간절하다는 뜻이다.

외교부는 외교와 통상 기능을 분리할 수 없게 된 현실을 강조했다. ‘경제안보의 부상’이 그것이다. 이 당국자는 “저희는 절실하다. 실장 자리 몇 개 이런 (밥그릇) 문제가 아니고, 통상 부처가 산업부로 넘어가면서 저희가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고 했다. “팔다리가 묶인 채 경주하는 상황”이라는 격한 표현도 썼다. 통상과 외교의 구분이 모호해진 지금의 국제정세에서 대외교섭을 산업부가 전담하다보니 외교부는 핵심 장비 없이 외교 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산업 정책을 잘 아는 부서가 통상을 맡아야 한다’는 게 산업부의 존치 논리다. 하지만 당국자는 “통상의 기본적 기능은 부처 간 이익 조정”이라며 “자유무역협정(FTA)엔 제조업 외에 농업, 서비스업 등도 있어 각 부분의 황금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업을 주로 담당하는 산업부가 민감한 농업ㆍ수산업 분야까지 조정할 능력이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외교부는 ‘정부 수립 후 외교부가 통상을 담당한 건 (김대중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15년에 불과하다’ ‘외교부가 통상을 맡는 나라가 적다’ 등 일각의 반박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김대중 정부 때 ‘외교통상부’ 개편을 통해 외무부와 통상산업부에 흩어져 있던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일원화한 것일 뿐, 이전에도 대외교섭은 외교부가 꾸준히 수행했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내달 초 정부조직 개편안 초안을 내놓는다. 인수위 주변에선 “외교통상 부활 가능성이 크다”며 윤석열 정부가 외교부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아직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결론은 전혀 내리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도 “산업과 에너지, 통상의 연계를 통한 유기적 대응이 중요하다”면서 사수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있어, 새 정부 통상 업무의 향배는 두 부처 중 누가 더 인수위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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