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에 편승, 장애인 시위 '민폐론'... 청년 정치 지망생들의 민낯

입력
2022.03.29 15:00
수정
2022.03.2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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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신인규·장예찬 등 이준석 엄호 나서
尹 청년보좌역 출신 박민영, 김예지·인수위 저격
민주당 김난웅도 이준석·서교공 '여론전' 인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지하철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향한 공격이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몇몇 청년 남성들은 당적과 관계없이 이 대표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을 드러냈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2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와 관련해 "목적이 아무리 정당해도 수단이 불법이면 그건 불법"이라면서 "이준석 대표의 지적이 정당한 부분이 많은데 이것을 혐오논쟁으로 치환시키는 것은 민주당의 무리한 프레임 작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확실하게 더티한 프레임은 깨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청년본부장을 맡은 장예찬씨는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장애인 이동권이나 장애인분들이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정치권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들의 출근길을 일방적으로 묶는 방식의 시위에 우리가 어디까지 이것을 무조건 옳다, 무조건 지지한다는 한목소리만 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인수위·김예지 의원마저 저격한 '이대남'


박민영 씨 페이스북 캡처

박민영 씨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서 청년보좌역을 맡았던 박민영씨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는 임이자 의원 등이 시위 현장을 찾은 것도 비판하면서 "참으로 아쉽다. 민주노총을 위시한 불법 시위 주모 세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약속, 시민단체 불법이익을 환수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시장과 정권이 바뀌자마자 시작된 민주노총 휘하 전장연의 시위가 과연 오롯이 장애인의 이동권만을 위한 것인지도 마땅히 살펴봐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이 민주노총의 지원을 받고 민주당 정권 때는 항의하지 않다가 윤석열 당선인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들어서면서 '표적'으로 삼아 집회를 한다는 주장이다.

박씨의 주장과 달리 전장연은 오세훈 시장 당선 직전인 2021년 3월에도 현재 지하철 탑승 시위와 비슷하게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를 벌였으며, 당시에도 동일한 논쟁이 있었다. 또 박경석 공동대표 등은 2016년부터 이어진 집회 때문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고 벌금 납부를 거부해 구치소 신세를 지기도 했다.


민주당 청년 남성도 언급한 서울교통공사의 "할머니 임종 방해" 프레임


김난웅씨 페이스북 캡처

김난웅씨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 '청년 정치인' 가운데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례가 나왔다. 민주당 대전광역시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는 김난웅씨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탑승이 아닌 행패입니다, 공감이 아닌 민폐입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전장연의 시위를 비판했다.

김씨는 "오래전부터 전장연의 시위를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많은 시민들께 불편을 줬던 건 명확한 사실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게시물에서 "전장연의 고의적인 행패로 인해 할머니의 임종을 맞으러 가야 한다는 시민의 울부짖음에 '버스 타세요'라고 말하고 출근길에 출입문 문틈 사이 휠체어를 세워 고의적으로 열차를 지연시키고, 이게 정당한 시위인가"라고 밝혔다. 김씨가 인용한 사례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여론전 사례'로 언급했던 건이다. 또 이준석 대표가 인용한 '할머니 임종 사건' 영상은 '악마의 편집'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 게시물에 비판에 쏟아지자 김씨는 29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아닌,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철없는 생각"이라며 "게시물로 인하여 상처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반성의 의미로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고 글의 상단에 사죄의 뜻을 전하겠다"며 기존의 게시물도 수정해 놓았다.


여성 정치인부터 중진들까지 장애인 단체 지원 나서


이상민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상민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를 비롯한 '이대남 정치 지망생'들의 입장과는 달리 현재 정치권은 대체로 장애인 이동권 시위 문제를 대화와 정책으로 풀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위원들은 29일 현장을 방문해 전장연 대표단과 대화했다.

여성 정치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장연 관계자들과 만나 "발언으로 상처받은 장애인들에게 같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신 사과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도 전장연 집회 현장을 찾았다.

경력이 오랜 정치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유년기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특히 격앙된 입장을 보였다.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자신이 얼마나 반문명적 관점을 드러내고 있는지, 아픔과 고통을 호소하는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잔혹한 망언을 하는 것인지 돌아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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