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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표지 그대로 복각” 출판계도 ‘응답하라 9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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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내가 아직도 니 엄마로 보이니?”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등에 소름이 돋았다면 1990년대에 ‘공포특급’을 읽었다는 뜻이다. 1993년 한뜻출판사에서 나온 괴담집 ‘공포특급’은 2000년대 초반까지 쏟아진 각종 괴담집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공포문학연구회가 엮은 이 책은 괴담집으로는 이례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당시 어린이와 어른 모두 밤에 불을 켜둔 채 자게 만들었다.
이후 책이 절판되면서 어린 시절 추억으로나 떠올릴 수 있었던 ‘공포특급’이 최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등장했다. 제작사 아울이 이 책을 복각하면서다. 펀딩 사이트에는 “지금 봐도 무서운 역대급 공포 명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30년 만에 돌아옵니다”라는 소개 문구가 달려 있다. ‘그때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표지 디자인과 본문 서체 및 내용도 그대로 살렸다.
‘공포특급’ 복각은 최근 문화산업계에 불어닥친 1990년대 열풍의 연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1998년 출시된 포켓몬빵, 배꼽티에 골반까지 내려 입은 바지를 배치한 ‘Y2K’패션까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하던 아이템들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구매력 있는 어른이 된 당시의 어린이 소비자들의 추억 소비 경향에 ‘레트로한 것’에서 오히려 매력을 찾는 1020세대가 가세하면서다.
이 같은 유행 아래 출판계에서는 ‘그때 그 표지’를 입힌 책을 재출간하고 있다. 최근 김영사는 존 더글라스의 회고록 ‘마인드 헌터’에 1999년 출간 당시 표지를 입힌 ‘마음의 사냥꾼’ 리커버 한정판을 출간했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실제모델이자 FBI 전설의 수사관 존 더글라스가 쓴 이 책은 1999년 ‘마음의 사냥꾼’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간됐다. 우리나라에 ‘프로파일링’이란 용어를 처음 알린 책으로 당시에도 경찰관들 사이에 필독서로 꼽히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06년과 2017년 ‘마인드 헌터’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출간된 후에도 ‘마음의 사냥꾼’ 버전이 중고서점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곤 했다.
여기에 최근 방영된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이 책이 등장하며 ‘마인드 헌터’가 아닌 ‘마음의 사냥꾼’을 찾는 독자들이 더 늘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1999년을 배경으로 하는 범죄 수사극으로 ‘마음의 사냥꾼’이 극중 소품으로 등장한다. 실제로 2000년 1월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범죄분석팀이 출범했을 당시 이 책이 교과서로 사용되기도 했다. ‘마음의 사냥꾼’ 리커버를 출간한 김영사의 이승희 편집자는 “드라마의 인기가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최근의 ‘레트로’ 열풍을 보며 당시 표지를 그대로 살려 출간하면 독자들이 좋아해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독자 요청에 따라 절판 도서를 그때 그 모습으로 재출간하는 것은 출판계에 자리 잡은 흐름이기도 하다. 1982년부터 1997년까지 출간됐던 계몽사의 디즈니 그림 명작 시리즈 역시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린 복각본이 2019년 재출간됐다. 사전예약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문 대기가 밀렸을 정도로 ‘추억 소비’에 나선 소비자가 많았다. 신일숙 작가의 1986년 만화 ‘아르네미안의 네 딸들’ 역시 지난해 1억2,400만 원 규모의 사전 펀딩을 성사시키며 재출간이 성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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