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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를 해체한 최초 대통령

입력
2022.03.29 04:30
수정
2022.03.29 06:3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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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20일 강원 철원 육군 3사단 부대(백골 OP)를 방문해 쌍안경으로 북측을 바라보는 모습. 철원=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20일 강원 철원 육군 3사단 부대(백골 OP)를 방문해 쌍안경으로 북측을 바라보는 모습. 철원=국회사진기자단

좀처럼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는 군인들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보수 정권에서 군 생활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는 것. 일단 남북관계를 의식해 ‘도발’을 대체할 점잖은 단어를 찾느라 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다. 북한 무력시위에 보복, 응징 같은 무시무시한 말로 강군의 면모를 뽐낼 수 있다. 무엇보다 '당나라 군대'라고 조롱당할 일이 없다.

다만 '미사일을 미사일로 부르지 못했다'는 건 오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북한 미사일 발사 1보는 ‘불상 발사체’였다. 문재인 정부의 ‘미상 발사체’와 다르지 않다. 한미가 시간대별로 분석한 2보, 3보에서 탄도냐 순항이냐, 방사포냐 결론 난다.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실시간 속보를 챙겨 보던 시절이 아니라 우리 기억에 없을 뿐이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군심(軍心)이 '정통 안보정당'인 국민의힘과 국방비를 역대급으로 올려준 더불어민주당 중 어디를 향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이들이 안보 심장부인 용산 청사를 적군이 아닌 예비 군통수권자에게 빼앗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거다. 윤석열 당선인 측이 국방부에 이전계획을 최초 통보한 건 14일, 그리고 이튿날 “3월 31일까지 방을 빼라”고 최후 통첩했다.

청사 이전 회견에서 확인된 건 윤 당선인이 ‘군통수권자가 될 준비가 전혀 안 됐다’는 거다. 용산행을 졸속 결정하면서 “안보 공백이 없다”고 자신하려면 적어도 국방부 이전과 그로 인해 연쇄 이동하는 합참, 10여 개 국직부대 재배치 등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합참은 남태령 수방사로 가는 게 맞다”, “국방부도 장기적으로 과천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제가 그것까지 설명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내가 알 바 아니라는 거다. 지하벙커 위치까지 브리핑한 건 우연이 아니다. 최근엔 집무실 이전이 늦어지면 북한이 도발해도 청와대 벙커 대신 “국가지도 통신차량을 타고 지휘하며 국방부 벙커로 가겠다”는 기상천외한 방안까지 내놨다.

1~3년마다 근무지를 옮기는 군인들은 용산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다만 국민에게 수십조 원의 안보 자산이 축적된 한강 이북의 ‘용산 국방부’는 ‘수도권 사수’의 상징이다. 6·25전쟁 발발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됐고, 1990년대만 해도 북한 도발 징후에 라면과 생수를 사재기하는 게 일상이었다.

인수위는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청계천 복원’도 꺼냈다. 밀어붙이면 성공했다는 프레임이다. 국정 역량을 총동원해 집무실 이전 명분인 용산공원 개장을 앞당기면 반대론자들을 역적으로 내몰 태세다. 눈에 보이는 ‘용산공원’과 당장 안 보이는 ‘안보 손실’의 싸움에선 전자가 당연히 유리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취임 직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을 대량해고했다. 미국으로부터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게 급해서다. 당시 미국은 우리의 독자무기 개발을 견제했다. 그의 눈엔 ADD가 세금 축내며 장난감이나 만드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안보 손실'도 없어 보였다. 1983년 자신을 겨냥한 아웅산 테러를 겪기 전까지. 이후 그가 마음을 바꾸고 정상화된 ADD가 개발한 게 현무미사일이다. 윤 당선인은 왜 국방부를 해체한 최초 대통령이 되려고 하나.

정승임

정승임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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