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앞둔 지방선거 '다양성 실종' 위기… 청년도 여성도 안 보인다

입력
2022.03.29 09:30
수정
2022.03.29 09:3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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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원 청년 예비후보 8%뿐
2018년 지방선거보다 낮은 여성 후보 비율
기초의원 2030 청년 후보 비율도 수치 낮아
"정당이 앞장서 선거비·공천룰 장벽 없애야"

28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정의당, 기본소득당, 녹색당, 진보당 등 소수정당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다당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8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정의당, 기본소득당, 녹색당, 진보당 등 소수정당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다당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6ㆍ1 지방선거가 ‘다양성 실종’이라는 오명을 쓰게 생겼다. 28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기초의원 예비후보 중 여성은 16.4%, 2030세대 청년은 8.2%에 불과한 탓이다. 여러 계층의 정치 참여를 유도해 지도자로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터’가 돼야 할 풀뿌리 민주주의가 재력을 갖춘 중년ㆍ남성만의 축제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기초의원 30세 미만 예비후보 39명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날까지 등록된 기초의원 예비후보자는 50대ㆍ남성에 집중됐다. 예비후보자 2,024명 중 남성은 1,692명인 반면, 여성은 332명에 그쳤다. 나이대도 30세 미만은 39명, 30~ 40세는 128명이 고작이었다. 50~60세 비중(899명ㆍ44.4%)이 압도적이었다. 광역의원은 쏠림 현상이 더 심각했다. 전체 743명 중 남성은 665명(89.5%), 50~60세는 333명(44.8%)이나 됐다.

5월 12일 공식 후보등록 개시 전까지 예비후보 등록 시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과거 지방선거에 견줘도 다양성 측면에서 후퇴했다는 평가가 많다. 기초의원의 경우 여성 비율은 1995년 첫 지방선거(1.7%)보다는 높았지만, 직전 2018년 지방선거(18.6%)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청년층의 기초의원 기피 추세는 훨씬 완연하다. 이번 선거의 2030세대 비율은 1995년(12.1%), 1998년(12.5%), 2002년(8.8%), 2006년(9.3%) 등 역대 선거와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적은 비례대표·선거비·공천룰... 장벽 도처에

무엇이 여성ㆍ청년의 지방정치 도전을 가로막고 있을까. 우선 법률적 한계가 지목된다. 비례대표 정수가 지역구 의원의 ‘10분의 1’로 국회의원(약 15.6%)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높은 선거 비용, 정치신인에게 불리한 공천룰도 장애물이다.

특히 막대한 선거비는 이들에게 거대한 장벽이나 다름없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후보자의 평균 선거비용은 각각 3,100만 원, 4,000만 원이었다. 그런데 기초ㆍ광역의원 후보자가 후원회를 꾸려 모금할 수 있는 돈은 선거비의 50%까지다.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청년 정치인이 1,000만 원이 넘는 목돈을 마련하기란 언감생심이다.

6·1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6·1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후원회 구성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후원회 등록은 명칭과 소재지, 대표자의 직인 등을 적어 선관위에 따로 신청해야 한다. 정의당 소속으로 서울 마포구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전진형(34)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후원회 등록 절차가 까다로워 이제 막 모금을 시작했다”며 “주변 청년들에게 후원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경기가 워낙 안 좋아 부탁하기도 껄끄럽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경선 문턱을 넘기 어려운 여성ㆍ청년에겐 공천 가산점이나 할당제 등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주요 정당들은 아직 공천룰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미 여성ㆍ청년 공천 할당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당헌ㆍ당규에는 명시돼 있으나, 지켜지지 않는 30% 할당제를 현실화할 방안을 고민 중이다. 서난이 민주당 전주시의원은 한국일보에 “권리당원 투표 같은 경선룰은 인지도가 없는 청년들에게는 불리하다”면서 “정책ㆍ공약을 평가단 앞에서 직접 발표하는 등 누구나 수긍 가능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당 역할 절실... "선거 컨설팅 제공해야"

1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임시국회 개회식에서 의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1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임시국회 개회식에서 의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선거 전문가들은 ‘정치 학교’로서 정당의 역할 확대가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저 공천장만 찍어주는 데 그치지 말고, 정치신인에게 충분한 ‘선거 컨설팅’을 제공해야 정치 문을 두드리는 여성ㆍ청년들이 많아질 것이란 얘기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정당들은 현재 예비후보자 등록 및 후원회 개설에 관한 법률 지원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며 “그간 후보 개인에게 맡긴 영역을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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