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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도 주류배달 뛰어드는데...배달기사들 "피하는 게 상책"

입력
2022.03.29 18:30
수정
2022.03.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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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확대 필요성, 가맹점 요청에 주류 배달
신분증 확인, 불응 시 반환은 배달원 몫

쿠팡이츠 배달 오토바이가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 쿠팡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쿠팡이츠 배달 오토바이가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 쿠팡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쿠팡이츠가 그간 제공하지 않던 주류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자 가맹점주와 배달원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신분증 확인 책임을 떠안게 된 배달원 입장에서는 서비스 확대가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29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30일부터 주류 배달을 허용한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가맹점에 주류 판매를 금지하다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쿠팡이츠는 이를 위해 지난 14일과 23일 가맹점주와 배달원들에게 차례로 주류 배달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공지했다.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음식점은 술값이 음식값을 넘지 않는 선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경쟁 배달앱의 경우 국세청이 2016년 '주류 양도·양수 방법에 대한 고시'를 개정한 이후 주류 판매를 허용했다. 그러나 '후발주자' 쿠팡이츠는 빠른 시장 장악을 위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했다. 쿠팡이츠가 내세운 단건배달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전결제와 비대면 배달을 통한 배달원의 시간 절약이 필수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서비스 초기 배달원 모집에 사활을 걸었던 만큼 위험 요소를 아예 없애고 시작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주류가 포함된 배달은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리고, 주문자와의 마찰 가능성도 높아 배달원들이 꺼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눈발이 날린 지난달 말 서울 도심에서 한 배달원이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눈발이 날린 지난달 말 서울 도심에서 한 배달원이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배달 플랫폼 입장에서 주류 배달은 외형 성장의 기회다. 쿠팡이츠는 올해 1월 기준 점유율 11.6%로 2위(요기요 19.6%)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3위라 서비스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쿠팡이츠는 1,000원 정액제였던 배달 중개 수수료를 배달료에 따라 4가지 정률제(7.5~27%)로 개편했는데, 이는 가맹점 판매단가가 높아질수록 수수료가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가맹점주들의 주류 판매 요청도 꾸준히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주류나 야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일수록 주류 판매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팔수록 손해"라는 푸념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그나마 마진율이 높은 주류 판매 채널이 추가되는 것는 음식점에 희소식이다.

그러나 이를 전달해야 하는 배달원들은 불만이다. 고객과의 연락부터 배달, 신분증 확인, 불응 시 주류 반환 등의 책임이 오롯이 배달원에게 얹어지기 때문이다. 쿠팡이츠가 배달원들에게 배포한 가이드에 따르면 △배달 중 주류가 파손될 경우 △성인 확인 없이 주류를 배달할 경우 모든 책임은 배달원이 져야 한다. 만약 신분증을 확인하지 못하면 주류를 다시 음식점에 반품해야 해 시간당 소화할 수 있는 배달 건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거나 신분증 검사에 응하지 않아 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다른 앱에서는 주류가 포함된 주문의 기피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단가가 센 편"이라며 "쿠팡이츠가 주류 배달에 대한 '당근'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배달기사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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