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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끝 회동 전격 성사... 신구권력 '정치적 부담' 털어야 했다

입력
2022.03.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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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 사진)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모습. 청와대 제공, 오대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왼쪽 사진)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모습. 청와대 제공, 오대근 기자

16일 회동 불발 이후 전면전을 벌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회동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배경에는 정권 이양기 이례적인 신구권력 간 충돌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작용했다. 권력 이양 과정의 불협화음을 두고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 발목 잡기'로 비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고, 윤 당선인도 임기 초 국정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새 정부에 비협조’ 文… 비판 털기

"만남에 무슨 협상과 조건이 필요한가"(문 대통령), "차기 정부와 일할 사람을 인사 조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윤 당선인)라며 서로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주고받은 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악화하는 민심'이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정권 말 인사권 등을 두고 양보 없는 싸움을 벌였지만,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거리가 있는 이슈들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에 비협조적'이라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의 이유로 '새 정부·당선인에 비협조'(19%)가 첫손에 꼽혔다. 임기 내내 문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던 부동산 정책 실패(16%)보다 높았다. 전임 대통령과 달리 미래권력이 국정운영을 잘할 수 있도록 권력 이양에 소극적이라는 이미지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시급한 국정 동력 확보' 尹… 부담 털기

윤 당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조사에서 '윤 당선인이 앞으로 5년 동안 직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55%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전임 대통령들에 대한 기대치가 80%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해 한참 낮은 수치다. 벌써부터 새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임기 초 '협치'와 '통합'을 내세워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사실상 '1호 과제'로 내세운 '집무실 용산 이전'을 무리 없이 마무리하기 위해선 문 대통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7일 "집무실 이전 문제로 발목이 잡히거나, 반대 여론이 커지면 임기 초기 국정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윤 당선인 주변에서도 '집무실 이전'은 광화문 대통령을 추진했던 문 대통령과의 공통된 철학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있었다고 한다.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경제 타격, 코로나19 대응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원활한 정권 이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생 탐방에 나서기 전 문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한 통합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여론의 냉랭한 시선 속에 양측 간 갈등의 뇌관이었던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에 대한 주도권 갈등이 일단락된 것도 회동 성사 요인으로 꼽힌다. 감사원이 25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현 상황에서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윤 당선인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정 부분 교통정리가 이뤄졌다는 시각이다. 다만 인사권에 대한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점에서 또다시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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