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추경 편성 놓고 신구 정권 2차 충돌 조짐…문·윤 회동서 해법 나올까

입력
2022.03.27 20:00
6면
구독

尹 속도 주문에 靑은 부정적
28일 회동에서 극적 합의 여부가 변곡점
적자국채 발행 없이 재원 마련도 숙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뉴시스·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뉴시스·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속도전에 나선 50조 원 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놓고 신구 권력 간 갈등이 또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속히 추경안을 마련해 달라”는 윤 당선인 측 요청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28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회동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2차 추경 처리 시기는 윤 당선인 취임 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신구 정권 간 힘겨루기 탓에 고물가·코로나19 등 비상상황 속, 서민 경제 어려움만 가중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신구 정권 합의 없으면 추경 편성 어려워"

27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윤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이 큰 틀에서 추경 편성에 합의하지 않는 한 윤 당선인이 요구한 ‘4월 추경’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음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 추경을 현 정부에서 편성하려면 신구 정부 간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인수위 요청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2차 추경을 위한 예산 지출조정 방안을 검토하더라도 아직까지 합의가 없는 만큼 현재로선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 여야 모두 30조 원 안팎의 2차 추경 편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지만, 헌법상 추경 편성권을 쥔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내지 않을 경우 4월 추경을 편성할 방법이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추경 규모 확대나 추가 추경 편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도 걸림돌이다. 그는 지난 1월 1차 추경 편성 당시 “35조 원, 50조 원의 추경 규모 여야 합의를 정부가 받아들이는 자체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일축했었다.

속도 내달라는데 靑은 '부정적'...28일 회동 결과에 주목

청와대의 공감대 없이 기재부가 나홀로 추경 편성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2차 추경의 변곡점은 28일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첫 회동이 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2차 추경 편성에 대한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질 경우 기재부의 추경 편성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도 이를 기대한 듯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인수위는 현 정부에서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길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추경 편성 여부는 정부와 여야가 협의할 문제지, 청와대에 물어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28일 회동에서 추경 협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추경 편성에 계속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신구 권력 간 2차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은 그간 △감사원 감사위원 선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등을 놓고 대립해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 정부가 협조해 주지 않으면, 추경 편성은 5월 새 대통령 취임 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실상 윤 당선인이 ‘1호 공약’으로 내건 코로나 긴급구조 방안에 대한 현 정부의 태클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추경 편성에 대해 극적으로 합의해도 재원 마련이란 가시밭길이 남아 있다. 인수위원회는 "적자국채 발행은 가장 후순위"라며 재원 마련 방법으로 예산 구조조정을 꼽았다.

그러나 올해 본예산 607조7,000억 원 중 손댈 수 있는 재량지출은 304조4,000억 원에 그친다. 중앙정부 인건비(약 41조 원)와 국방비(40조 원) 등 줄이기 힘든 예산을 빼면 그 규모는 200조 원 남짓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지난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18조 원) 중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는 돈은 3조4,000억 원에 그쳐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감축이 어려운 경직성 예산을 제외한 200조 원 안팎에서 예산을 구조조정해 수십조 원을 마련한다는 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