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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의제 없이 허심탄회한 대화" 강조했지만... 무슨 얘기 나눌까

입력
2022.03.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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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집무실 이전·2차 추경 등 이견
MB 사면에는 공감대 형성할 수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왕태석 선임기자, 인수위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왕태석 선임기자, 인수위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만찬 회동과 관련해 양측은 '조건 없는 회동'임을 강조했다. 한 차례 회동이 불발되는 등 대화 의제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오던 양측은 27일 회동 성사를 발표하며 "의제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의제를 조율하지는 않았다지만 ①감사원 감사위원 등 정권 말 인사권 행사 ②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편성 ③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 ④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양측이 이견을 보여온 현안들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다. 회동에서 이견이 좁혀진다면 '정권의 원만한 인수인계'에 물꼬를 트는 셈이지만, 반대의 경우 신구권력 간 대치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새 감사위원 임명 제청 요구와 관련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2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연합뉴스

감사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새 감사위원 임명 제청 요구와 관련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2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연합뉴스


①정권 말 인사권

문 대통령의 정권 말 인사권 행사는 회동을 한 차례 무산시킨 최대 쟁점이다. 양측이 현격한 이견을 보인 감사원 감사위원은 물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의 인사권을 두고 윤 당선인 측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특히 핵심 쟁점이었던 감사원 감사위원과 관련해선, 감사원이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윤 당선인 측의 손을 들어준 만큼 사실상 교통정리가 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문 대통령이 23일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을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지명한 것을 두고도 양측은 진실공방을 벌였으나, 윤 당선인 측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은 여전히 공공기관·공기업 전반의 정권 말 '알박기' 인사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언급이 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②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 대통령이 '안보 공백'을 이유로 급제동을 걸었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윤 당선인의 바람대로 취임과 동시에 5월 10일부터 '용산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집무실 이전 비용(496억 원)에 대한 정부의 예비비 편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관련한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에 윤 당선인은 회동에서 집무실 이전에 대한 확고한 뜻을 재차 피력하면서 현 정부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비 편성이 무산되면 윤 당선인이 통의동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만큼, 청와대의 반대 명분인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③MB 사면

이 전 대통령 사면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양 측의 입장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에서 "청와대도 MB 사면 요청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와 여권 내에서 찬반이 첨예한 만큼 문 대통령이 회동에서 확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윤 당선인이 건의하면 문 대통령이 경청하는 정도로 공감대 마련에 나설 수 있다.

④추경·北 도발 등 민생·안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윤 당선인을 향해 "민생은 뒷전이냐"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회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한 추경 편성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민생을 살피는 이미지를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이 회동을 하루 앞두고 "인수위는 현 정부에서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길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청와대와 정부를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당선인은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해 5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 내 추경안을 국회에 추가로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손실 보상의 시급성에 대해 양측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회동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아울러 북한의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따라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 위기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회동 성사 배경에 대해 "코로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에 미치는 경제적 파장, 안보 우려와 관련해 직접 국민들 걱정을 덜어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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