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기간 밖에 다니면 어때"… 방역 위반 확진자들 속출

입력
2022.03.26 15:24
수정
2022.03.2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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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해진 방역에 풀리는 경각심
"주변 확진자 모두 밖에 다닌다더라"
산책하러, 몰래 출근…무단이탈 제각각
병원 찾아가 난동 피우는 확진자도

지난달 28일 오전 소아 전용 의료상담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연세곰돌이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송종근 원장이 재택치료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8일 오전 소아 전용 의료상담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연세곰돌이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송종근 원장이 재택치료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자가격리 기간에 밖에 돌아다녀도 되는 줄 알았어요. 확진되고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도 '이젠 밖에 돌아다녀도 괜찮다'였어요."

경기 고양시에 사는 20대 A씨는 지난주 코로나19에 확진돼 자가격리에 들어갔지만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오후까지는 집에서 약 먹고 쉬다가 사람이 없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바람을 쐬러 돌아다녔다. 그는 집밖에 다니면 안 되는 건지 긴가민가했다고 했다. 이미 확진된 지인들 모두 밖에 돌아다녔다고 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어 사람이 없는 시간에만 다녔다는 A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몰래 회사를 가고, 쇼핑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심지어 난동을 부리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방역당국의 자가격리자 감시 체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거리를 활보하며 일상생활을 하는 확진자가 늘고 있다. 정부의 방역 패러다임이 유행 확산 억제에서 고위험군 집중 관리로 바뀌어 방역 위반에 대한 감시·관리가 느슨해지자 확진자들의 경각심도 사라지고 있다.

"외출 금지 알지만 급해서"…인천서 사례 무더기 적발

2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해외입국자들이 시설 격리를 위해 공항 검역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해외입국자들이 시설 격리를 위해 공항 검역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재택치료 중인 확진자들이 격리 장소를 무단으로 이탈,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로 무더기로 경찰에 고발됐다.

인천 서구 지역에서만 두 달간 10명이 고발됐다. 앞서 16일 60대 남성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튿날 사무실에 출근해 적발됐다. 이 남성은 "치료 장소를 벗어나면 안 되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 출근했다"고 해명했다.

비대면 진료 간호사 찾아가 마스크 벗고 난동도

비대면 진료를 하는 의료진에게 항의하기 위해 집을 나선 확진자도 있었다. 8일에는 자택에서 격리 중인 50대 남성 확진자가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 간호사와 다투다가 직접 병원에 찾아가 소동을 일으켰다. 이 남성은 약 처방을 위해 서류 제출을 요구한 간호사와 말다툼을 하다가 홧김에 직접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선 마스크를 벗고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렸다.

증상 악화 가능성이 높은 집중관리군도 거리를 다닌다. 이유는 단지 '답답해서'였다. 집중관리군인 60대 남성은 앞서 3일 자택을 벗어나 외출했다가 적발됐다. 방역당국은 비대면 진료를 하려고 이 남성에게 연락했다가 무단이탈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22일 인천 계양구에서는 양성 판정을 받은 70대 남성이 병원에 처방전을 받으러 가기 위해 격리 장소를 무단 이탈했다.

재택치료 담당자 신고 없으면 사실상 적발 어려워

신규확진 33만5580명…사망 323명, 위중증 1164명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6일 오전 중구 서울역 광장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군인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2022.3.26 mon@yna.co.kr/2022-03-26 09:33:33/<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신규확진 33만5580명…사망 323명, 위중증 1164명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6일 오전 중구 서울역 광장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군인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2022.3.26 mon@yna.co.kr/2022-03-26 09:33:33/<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무단이탈 신고는 각 지자체의 재택치료 담당자들을 통해 접수된다. 지난달 9일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반의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폐지된 뒤에는 신고를 통해 이탈 사례를 적발한다. 이들의 신고가 없으면 이탈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앞서 15일에는 격리 중인 울산경찰청 소속 의경 4명이 격리 장소를 벗어나 PC방에 갔다가 징계를 받았다. 양성 판정을 받은 의경들은 남구의 옛 지구대 건물에서 격리해야 하는데, 이들은 감시를 피해 인근 PC방을 찾았다가 뒤늦게 적발됐다.

무단이탈은 감염병 관련법 위반이다. 확진자들은 확진 통보를 받으면 검체 채취일부터 7일간 입원 또는 격리해야 한다. 법 위반 적발 시 1년 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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