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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 ICBM 발사에 전방위 제재 즉각 대응… 우크라 악재에 고비 맞은 바이든 대북 정책

입력
2022.03.25 22:30
수정
2022.03.26 00:4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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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개발 기관·개인 제재… 유엔 안보리 소집
우크라 전쟁 두고 러·中과 대립…국제 공조 힘들 듯
美 대북정책 기로… "모라토리엄에 로드맵 제시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유럽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유럽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AP 뉴시스

미국이 2017년 11월 이후 4년여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강행한 북한을 규탄하며 전격적으로 전방위 맞대응에 나섰다. 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단체 및 개인을 제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하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어서면서 ‘외교를 통한 북핵 해결’을 강조해 온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변수 관리에 심각한 고비를 맞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북한 ICBM 시험 발사 문제를 논의한 뒤 “두 정상이 북한에 책임을 묻기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도 “한국과 일본에 확고한 안보 공약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과 공조 방안을 협의했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서욱 한국 국방부 장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장관과 각각 통화하며 상황을 공유했다.

미국은 곧바로 제재 카드도 꺼내 들었다. 25일 북한이 전날 발사한 ICBM이 신형인 ‘화성-17형’이라고 공식 확인한 지 1시간 만에 나온 조치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신규 제재 명단에는 북한 제2자연과학원과 북한 국적자 리성철 인민보안성 참사가 올라갔다. 북한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민감한 물질을 조달한 혐의다. 특히 제2자연과학원은 북한의 첨단무기 연구ㆍ개발을 주도하는 국방 군수공업 부문의 핵심 기관으로,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각종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메카’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2018년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핵실험ㆍICBM 시험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을 4년 만에 파기한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명목으로 러시아 아르디스그룹 등 러시아 기관 2곳과 러시아 국적자 1명에게도 제재가 부과됐다. 미 국무부는 “이번 조치는 북한 미사일 개발 능력을 억지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며 “그들은 국제 무대에서 무기 확산자로서 러시아의 부정적 역할을 부각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시리아에 생화학 무기 비확산 협정의 통제 대상 물품을 공급한 혐의를 받는 중국 기업 1곳도 제대 대상으로 지정됐다. 미국은 이번 제재에 ‘이란ㆍ북한ㆍ시리아 비확산법(INKSNA)’을 적용했다. 다자간 수출 통제 목록에 등재된 장비나 기술을 북한, 시리아, 이란으로부터 획득하거나 이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명령,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쳐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명령,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쳐

당분간 미국은 북한에 대한 고강도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5일 오후 3시에 열리는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추가 대책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할 예정이다. 한국도 직접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로 안보리가 공개회의를 개최한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서방국가들과 러시아ㆍ중국이 대립하고 있는 탓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두 나라가 반대하면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안보리가 무력화된 상황에서는 미국의 옵션도 별로 없다는 얘기다. 로이터통신은 “강대국들이 우크라이나를 놓고 갈등을 빚어 공통점을 찾지 못할 것 같다”며 “북한 ICBM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은 2017년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단 백악관은 “대화의 문은 닫히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하며 북한에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ICBM 발사로 존재감을 키운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 복귀’라는 미국 측 요구에 응할 이유는 더욱더 없어 보인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는 “지금은 인내할 시간이 아니라 협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며 “미국과 유엔이 북한의 모라토리엄과 맞바꿀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그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표향 기자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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