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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에 외교 전문가들 "엄혹한 상황" "강대강 대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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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강행한 것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정통한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이 합의를 깬 것이 아니라,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일방적으로 약속한 선제적 조치 즉 핵·미사일 실험의 유예(모라토리엄)를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북한과 한국·미국 간 '강대강 대치' 구도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동서 간 긴장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윤석열 새 정부가 대북 강경책으로 일관할 경우 신냉전 구도에 말려들거나 더 나아가 남북 관계에 '엄혹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이 미사일 실험 유예를 중단한 것에 대해 "전체적으로 북한이 예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북한은 (실험 중단) 합의를 했다기보다는 먼저 북한이 선의로 선제적 조치를 했고 미국이 답을 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데, 그게 북한으로서는 안 됐다고 얘기를 하고 작년부터 자기 계획대로 가겠다고 얘기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2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난 1월 19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 결정을 했다"며 "바이든이 1년을 기다려도 오바마 시대와 똑같은 전략적 인내 쪽으로 가는 기미를 보이니까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재개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미국에 요구한 두 가지가 ①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취소 ②경제제재 해제라고 밝혔다. "첫 번째는 소규모로 여러 번 했기 때문에 약간은 지켜졌지만, 두 번째는 하노이에서 완전히 안 받아들여졌고, 지난해부터 강대강으로 나가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미국에서 전혀 반응을 안 했으니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여기에 더해 ③'북미 간 대화 중단'을 유예가 깨진 요인으로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북미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겠다고 2018년 4월에 선언을 했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는 하노이 회담이 끝나고 난 뒤에도 계속 김정은한테 러브레터를 보내면서 ‘김정은이 나하고 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식으로 칭찬을 했지만, 거기에는 북미 대화가 계속되는 것을 전제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상호 간에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우리가 다 지키고, 다 지켜줬는데 북한이 약속 어겼다, 이렇게 보면 문제는 (대북 강대강 정책) 결론을 내기 위한 문제, 처음의 부분을 바꾼 얘기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에 더해 단기적으로 ①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②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후보 시절 대북 강경 발언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가속화하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 간에 전쟁 일보 직전이라고는 좀 과하지만, 그 정도까지 긴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상대로 해서 도발적인 행동을 해도 미국이 이걸 엄히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없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간들 대북제재 결의안은 러시아가 손을 안 들어주고, 중국도 미국 편을 안 들 테니 통과가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윤 당선인의 후보 시절 발언인 "도발할 기미만 보이면 선제 타격을 해버리겠다" "도발을 하면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 등을 지적하며 "할 테면 해보라, 버르장머리 한번 고쳐줘 보라는 뜻으로 도발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 집무실을 국방부로 옮기는 논의 때문에 안보 갈등 비슷한 것이 생겼는데, 그게 북한이 택일을 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5월 10일에 새 정부가 출범한 후에 이제 국방부 쪽으로 이사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 가지고 실질적으로 정신 없을 때 북한이 7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계속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북미 대화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소위 모라토리엄을 깼기 때문에 이제 마음 놓고 쏘아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새 정부는 선제타격이니 버르장머리니 이런 것을 버리고 북한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야 5,200만 국민들이 전쟁 공포 없이 살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형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결과적으로 미국의 제재 대응을 불러왔다며 "북한이 미국이 움직일 만큼의 도발을 세게 해야 미국이 움직인다는 게 다시 한번 증명이 됐으니까 사실 상황은 계속 강경 대치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구도 내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신냉전' 구도를 심화할 것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 내부로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나 국무부는 신냉전으로 몰고 갈 생각이 없었는데, 미국 내 신보수주의 진영(네오콘)의 의견이 커질 수 있고 그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면서 "북한이 ICBM을 쏘면서 자극함으로써 한미일을 묶을 정당한 이유가 되고,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북한을 빌미로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여기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반도 긴장 구조로 이전되면서 북중러-한미일이란 구도로 가게 되는데, 지금 새 정부(윤석열)는 사드 추가 배치, 쿼드 가입 등 (그 기조에 맞추는) 얘기를 많이 해왔다"면서 "나는 아직까지 신냉전이라고 인정하지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신냉전을 넘어 '열전'이 될 여지도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우려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리켜 "파국으로 가는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면서 "전쟁을 안 할 거라고 믿었는데 실제 강대국이 침공을 한 것이고, 이는 중국이나 미국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향후 대책에 관해 "같이 군비 경쟁을 해서 긴장 속에서 최악을 막느냐, 아니면 이것을 더 창의적으로 몰고 가서 2017년(김정은-트럼프 대결) 이후에 2018년(북미 대화)으로 갔듯이 평화 분위기로 가느냐인데, 저는 후자가 맞다고 보는데 새 정부의 성격과 미국 정부의 태도를 봤을 때 강대강으로 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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