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정점 찍고 내려가는 중"… 동네 병·의원 역할 커진다

입력
2022.03.25 18:5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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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오미크론 확산 감소세 전환 공식화
고령 확진자 오늘부터 동네 병원서 관리
보건소 업무↓ 일반 의료체계 전환 속도↑
"신중할 시기에 정부 판단 너무 빨라" 비판
의사들은 고위험군 골든타임 놓칠까 걱정

23일 오전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전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25일 오미크론 대유행의 감소세 전환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일반 의료체계 전환도 빨라져 동네 병·의원 역할이 한층 강화된다. 의료계는 그러나 "너무 이르다"고 우려한다. 확산세 여파로 위중증 환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자칫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게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제1통제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17일 정점에 도달했고, (이제는)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근거는 한 주간 확진자 규모 차이다. 17일 역대 최다인 62만1,328명을 찍은 이후 확진자 수는 크게 줄었다. 이날 0시 기준 확진자는 33만9,514명으로 일주일 전(18일 40만7,017명)보다 약 6만8,000명 감소했다.

60세 이상 확진자도 일반관리군

25일 오전 광주 북구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광주 북구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행이 감소세에 접어든 만큼 코로나19를 일반 의료체계에서 진료하도록 전환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재택치료 집중관리군에 속했던 60세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도 이날부터는 동네 병의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확진되면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된다. 집중관리군은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전화를 하루 2회 받는데, 일반관리군이 되면 다니던 병·의원을 통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고위험군의 치료 시점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건소가 집중관리군으로 분류해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에서 진단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2~3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집중관리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 일반과리군에서 집중관리군으로 전환된다.

동네 병의원과 선별진료소로 이원화한 신속항원검사 체계를 동네 병의원으로 일원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는 또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중단됐던 14개 공공병원의 응급실 운영을 경기의료원 5곳(이천병원, 파주병원, 포천병원, 수원병원, 의정부병원)에서 재개했다.

동네 병원, 이미 한계인데 책임 커져 한숨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3만9,514명 발생한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3만9,514명 발생한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는 늘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감소세를 판단하려면 다음 주 주말까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2, 3주간 위중증 환자 급증 가능성이 커 방심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정점을 지나고 있지만, 얼마만큼 빠르게 감소할지는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동네 병의원도 걱정이 태산이다. 확진자 폭증에 이미 한계가 온 상황이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면 1, 2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확진자 신고와 음성확인서 요청 등 행정 처리로 지쳐가고 있다"며 "오늘 정부 조치로 환자가 더 몰릴 텐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몰리는 환자들로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민원이 빗발치는 탓에 코로나19 환자를 받기 꺼리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고위험군 투약 속도 높여야"

동네 병의원 중심의 코로나19 진료가 안착하려면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허덕이는 동네 병원들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주로 전화 상담을 하는 일반관리군에서 고위험군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고위험군 관리 책임을 동네 병의원에 전가하는 건 아닐지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위험군은 항바이러스제를 빠르게 투여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진단 후 약을 바로 처방받을 수 있게 하고, 투약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호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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