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北 ICBM 기술력에 日 충격… 기시다 “일본 국민 목숨 지켜야” 분노, 안보강화 수순

입력
2022.03.25 16:00
수정
2022.03.25 16:34
구독

기시다 "국민 목숨 지켜야...진지하게 생각"
日 방위력 강화 명분으로 작용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위협"
16일 발사 실패 후 8일 만에 성공 충격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가 24일(현지시간)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오후 북한이 신형 ICBM을 동해쪽으로 발사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브뤼셀=AP 교도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가 24일(현지시간)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오후 북한이 신형 ICBM을 동해쪽으로 발사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브뤼셀=AP 교도연합뉴스


“지금까지의 발사와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장관이 25일 기자회견에서 전날 북한이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평가한 발언이다. 북한이 미국 전역을 사정거리에 둔 기술력을 드러내며 ICBM 발사에 성공하자 일본 정부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일본 열도가 북한 미사일의 앞마당이란 점을 재확인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 등 방위력 강화를 본격화 할 전망이다.

2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북한이 지난 16일 발사 실패 후 “원인 규명 등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북한이 8일 만에 최고 고도와 최장 비행시간을 기록한 신형 ICBM를 발사함에 따라, 일본 정부가 “불시에 허를 찔린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착탄 지점이 일본 열도와 매우 가깝지만 닿지는 않은 ‘정밀 사격’이라 북한의 기술 진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만 11번이나 미사일 발사를 반복할 수 있는 자금력이 놀랍다”는 자위대 간부의 반응도 소개했다.


일본 정부, 새로운 대북 제재 포함 대응책 검토 중

일본 정부는 미국과 한국 등 관련국과 공조해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공영방송 NHK는 25일 일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기술 발달로 위협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새로운 제재 조치를 포함해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 중인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발사를 “용서할 수 없는 폭거”라 강하게 규탄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현실로 닥친 만큼 미국 및 한국과의 대북 공조는 물론 추가적인 독자 제재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자민당에선 기존 대응을 뛰어 넘는 엄중한 사태로 인식, 대북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은 이날 “일본은 시늉만 하지 말고 제재를 포함한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한 대북 제재와 일본의 독자 제재가 오랫동안 계속된 가운데 새롭게 실효성 있는 추가 제재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에 대해 일본이 독자적으로 제재를 강화할 여지는 적고, 북한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외교면에서도 “미국 조 바이든 정권의 대북 정책도 막혀 있고, 북한과 관계가 깊은 러시아나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은 24~25일 각각 전화 회담을 통해 3국 공조를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4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했고 25일 오전에는 정 장관과 하야시 장관이 통화했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제재 해제... 도발 수위 높일 가능성"

일본 언론은 미 전역을 사정권으로 삼는 신형 ICBM 발사를 통해 북한이 노리는 것은 제재 해제라고 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비핵화 협상의 상대인 바이든 정권이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면서 실제로는 새롭게 제재를 부과하는 등 압력을 강화하는 데 대한 반발”이라며 앞으로도 북한이 더욱 다양한 미사일 기술을 안팎에 과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제재 해제를 노리고 바이든 정권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는 목적이 보인다”며 “비행 거리를 더 늘려 ICBM을 발사하는 등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효성 있는 억제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계속된 도발은 일본의 방위력 강화 명분으로 작용할 조짐이다. 이미 예산 확대를 시작한 일본 정부는 올해 안에 외교안보의 기초가 되는 3대 전략문서를 개정할 계획이며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도 검토 중이다. 요미우리신문은 “국민의 목숨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나가야 한다”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언급하며, “북한은 일본의 미사일 방위 능력으로는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방위력의 발본적 강화가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