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댁내 두루 평안을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연일 '평화'를 기원하는 말이 소통망에 오간다. 평화롭지 않은 곳이 전파를 타니 평화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 평화란 무슨 뜻일까? 언뜻 다 아는 말 같지만 결코 쉬운 말은 아니다. 그저 비둘기로 상징되는 것도 아니고, 소박하고 서정적인 산촌의 풍경화로 대체되는 것도 아니다. 평화의 비슷한 말은 평온, 화목, 화평, 안화, 안온 등이다.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말들이지만, 이 모두를 묶어 보면 '조용하고 편안하다'로 정리된다. 말썽 없이 평온하고, 편하고 걱정이 없는 마음이란다. 바람이 없고 따뜻한 날씨에 빗댈 수 있을까? 또는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면서 갈 길을 잔잔하게 흘러가는 개울물과 같은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평화롭기를 바랐을 터인데, '평화'의 우리말이 쉽게 찾아지지 않는 까닭이 궁금하기만 하다.
평화의 더 직접적인 뜻은 놀랍게도 '전쟁이 없는 상태'이다. 평화롭다는 것은 분쟁과 갈등이 없는 상태인데, 평화가 깨진 순간이 전쟁이다. 평화를 갈망하면서도 평화가 깨질 때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들어야 하는 것은 참 슬픈 고리이다. 평화를 지켜야 하는 절실함이 큰 탓이다.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도 있지만, 일상 속에는 극심한 경쟁이나 문제 앞에서 아주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수많은 전쟁이 있다. 아침이면 아이 둘과 매일 전쟁을 하는 젊은 엄마와 아빠도 있고, 서류 더미 사이에서 저녁을 거르는 혼자만의 전쟁도 있다. 교통 전쟁, 입시 전쟁도 겪는다.
사랑, 행복, 평화 등 경계가 그어지지 않는 말들은 우리 삶을 진정 삶답게 해 주는 말인데도 종종 잊히고 만다. 돌아보면 평화만큼 극과 극으로 다르게 해석되는 말은 흔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평화란 햇살 좋은 날 해변에 누워 주스 한 잔을 곁에 두고 음악을 듣는 순간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늘 밤 자는 동안 머리 위로 포탄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니 말이다. 삶과 죽음을 가를 만한 평화의 무게는 역으로 그것을 잃고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식구들이 오순도순 모여 저녁을 먹고, 도란도란 나직한 목소리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평화였음을 평화의 사치를 누릴 때는 보지 못한다. 그렇다. 우리의 일상은 곧 사치스러운 평화였다. 지구의 어느 곳에서 사는 누구든, 모든 이가 식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잠드는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