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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 파는데..."포켓몬빵 열풍 반갑지 않다"는 가게 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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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빵에 시달리느라 정상적으로 영업을 할 수가 없어요. 포켓몬빵을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손님을 응대하느라 이전보다 몇 배는 힘들어졌는데 매출은 그대로니. 요즘 안 그래도 어려운데 참 허탈해요."
서울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60대 A씨는 최근 포켓몬빵 열풍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요즘 하루에 들어오는 수량은 단 한 개뿐이고 아예 안 들어오는 날도 있다"며 답답해했다.
1998년 첫 출시된 포켓몬빵은 전국적으로 '띠부실'(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 수집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큰 인기를 끌다가 2006년 단종됐다. 단종된 후에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재출시 요청을 했고, SPC삼립은 지난달 23일 '그때 그 추억 소환' 콘셉트로 띠부실 159종이 무작위로 들어있는 '돌아온 포켓몬빵' 시리즈를 재출시했다. 그러자 첫 출시 당시 용돈으로 띠부실을 사 모으던 초·중학교 학생들이 현재 20대와 30대로 성장해 '그때 그 추억'에 이끌려 지갑을 열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 곁으로 다시 돌아온 포켓몬빵이 전국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며 물량이 부족해지자,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 판매처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통 상품이 대박이 나면 판매처는 특수를 누린다. 입소문을 들은 손님들이 유행하는 물건을 사러 와서 다른 제품도 덩달아 구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포켓몬빵 때문에 오히려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어떻게 된 일일까.
경기 수원시에서 슈퍼마켓을 17년째 운영 중인 60대 B씨는 "몇 년 전 대유행했던 허니버터칩이나 꼬북칩은 물량이 비교적 넉넉히 들어와서 손님들이 과자와 함께 다른 물건들도 구입하니 매출이 상당히 괜찮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지금은 물건 자체가 너무 적게 들어오니 찾는 사람은 많아도 매출에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포켓몬빵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되면서, 빵을 구하려는 손님들 때문에 업무를 방해받는 경우도 많다.
B씨는 "물류차가 올 때쯤이면 물건을 사지도 않으면서 가게 안을 서성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장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안산시의 한 편의점 알바생 C씨는 "편의점은 상품이 들어오면 수량을 체크하기 위해 직접 검수 작업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손님들이 매장 안팎에서 물류차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가 물건 박스가 차에서 내리는 즉시 박스를 보고 빨리 팔라고 강요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포켓몬빵을 찾으러 직원 외 출입 금지 구역인 '워크인(사람이 들어가 일하는 냉장고)'에 무작정 들어가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C씨는 또 "손님들에게 포켓몬빵이 없다고 말해도 직접 판매대를 뒤적거려 물건을 흐트러뜨리거나 다른 빵을 손대는 경우도 있다"며 "손님들이 헤집어 놓은 판매대를 다시 정리하는 것도 큰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손님들이 빵을 만지작거리는 과정에서) 다른 빵의 상품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예약 전화도 애를 먹게 하는 주요 사항이다. 경기 고양시의 한 슈퍼마켓 직원 D씨는 "물건이 들어오는 시간이나 수량이 일정하지 않은데도 예약을 요구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제 시간에 안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해도) 정해진 예약 시간에 포켓몬빵이 없는 경우 도리어 화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어렵사리 확보한 단골 손님들이 곤란한 요구를 하는 바람에 사이가 어색해 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서 슈퍼마켓을 4년째 운영 중인 50대 E씨도 "단골 손님들로부터 '포켓몬빵을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말고 (자신을 위해) 남겨 달라'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동네 슈퍼 특성상 단골 손님 중심으로 가게가 돌아가는데 이를 마냥 거절할 수도 없어서 매일매일이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남겨 주고 싶어도 지금은 물량 자체가 아예 제로(0)"라고 했다.
이처럼 판매처가 혼란을 겪는 것은 무엇보다 포켓몬빵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판매처 직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상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E씨는 "며칠 전 포켓몬빵을 확보하려고 경기남부 슈퍼마켓협동조합에 직접 가서 두 시간 내내 기다렸지만 한 개도 구할 수 없었다"며 "며칠 동안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니 포기하게 되고 더 이상 구해야겠다는 마음이 안 나더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기업이 '희소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희소 마케팅이란 의도적으로 제한된 물량을 공급해 '없을수록 더 갖고 싶어지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다.
B씨와 E씨는 "지난달 23일 포켓몬빵이 출시된 직후에는 물건이 평소처럼 잘 들어왔는데 출시되고 사흘째 되던 날부터 물건이 한두 개씩 들어왔다"며 "그때부터 물건은 제대로 안 들어오는데 찾는 사람은 늘어나 품귀 현상이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A씨도 "판매 시작 후 며칠 동안은 여덟 개씩 들어왔는데 어느 날부터 한 개만 들어오고 있다"며 "일부러 적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발 공급을 늘렸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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