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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정맥혈전증 생겨도 대부분 추적 관찰로 충분"

입력
2022.03.24 22:44
수정
2022.03.2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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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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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혈전증은 정맥 혈액이 응고되면서 혈전이 만들어져 다양한 합병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다리 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심부(深部)정맥혈전증’이다. 심부정맥혈전증이 발생해 폐동맥을 막으면 폐색전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기에 질환 발생 즉시 항응고제로 치료해야 한다.

혈전증이 다른 혈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위·대장암 등 소화기계 암 환자에게서는 복강 내 깊은 정맥에 혈전이 발생하는 ‘내장정맥혈전증’이 흔히 나타난다.

하지만 내장정맥혈전증은 질병 경과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도 명확한 치료 방침이 정립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대안으로 항응고제 치료를 시행하고 있지만 출혈 등의 문제가 발생해 환자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이에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팀(제1 저자 강민수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은 위·대장암 환자가 내장정맥혈전증을 진단받더라도 대부분 항응고제 치료를 받지 않아도 추적 관찰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교수팀은 2017년 6월~2020년 7월 내장정맥혈전증이 진단된 위·대장암 환자 51명을 전향적으로 등록해 환자의 암 진행 상황 및 내장정맥혈전증의 임상 특징과 경과를 분석했다.

내장정맥혈전증을 진단받은 전체 환자 51명 중 특별한 증상이 없었던 환자는 90%(46명)로, 종양 평가를 위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아울러 전체 환자 중 정맥혈전증이 진행한다는 소견을 보인 환자는 31%(16명)였고, 혈전증 때문에 사망한 환자는 없었다.

또한, 항응고제 치료 여부에 따라 혈전증 경과를 비교한 결과, 항응고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그룹(42명)에서는 57%(24명)가 혈전증이 저절로 사라진 반면, 항응고제 치료를 받은 환자 그룹(9명)에서는 22%(2명)만 혈전증이 사라졌다.

따라서 위·대장암 환자에서 내장정맥혈전증으로 진단될 경우 항응고제 치료는 증상이 발생한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의미가 없기에 대부분은 항응고제 치료 없이 추적 관찰로 충분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아울러 내장정맥혈전증보다 암 자체가 환자 예후를 결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근욱 교수는 “위ㆍ대장암 발생률 세계 1·2위인 한국에서 내장정맥혈전증 임상 특징 및 경과에 대한 전향적 연구를 세계 최초로 시행한 것은 의의가 있다”며 “항응고제 사용은 오히려 여러 합병증을 늘려 환자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강민수 전문의는 “위·대장암 질환은 암의 상태가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며, “무증상 내장정맥혈전증 환자에게는 항응고제 치료보다 암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환자 건강에 좋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Public Library of Science’에서 발행하는 ‘PLOS ONE’ 최근 호에 실렸다.

이근욱(왼쪽) 교수, 강민수 전문의

이근욱(왼쪽) 교수, 강민수 전문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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