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 ICBM의 정체는?... "'다탄두미사일' 목표 더 다가섰다"

입력
2022.03.25 00: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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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17형 外 또 다른 신형 ICBM 가능성
모라토리엄 후 미사일 개발 계속하던 北
'美 타격 핵무기체계' 한층 더 업그레이드

2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TV 화면에 북한이 이날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과 관련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TV 화면에 북한이 이날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과 관련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북한이 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체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북한이 올 들어 세 차례나 성능을 시험한 ‘괴물 ICBM’ 화성-17형으로 추정됐지만, 군 당국은 다른 기종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2017년 11월 북한의 마지막 ICBM 화성-15형의 성능을 개량한, 신종의 등장 가능성이다. 북한이 어떤 미사일을 발사했든 ICBM 체계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합동참모본부가 탐지한 고도(6,200㎞ 이상)와 비행거리(1,080㎞)를 보면, 기존 ICBM보다 높이 또 멀리 날았다. 70분이 넘는 비행시간 역시 화성-15형(53분)과 비교해 훨씬 길다. 북한이 ‘공개된 적 없는’ 최고의 사양의 ICBM을 쏘아 올렸다는 추론이 가능한 부분이다.

무기 전문가들은 새 ICBM의 제원이나 외형보다 성능에 주목하고 있다. 화성-17형이 아니라 해도 북한이 엔진 추력을 향상하고 탄두부 무게를 늘린, ‘다탄두(MIRV) 핵미사일’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화성-15형 때 이미 ‘최대 사거리 1만3,000㎞ 이상’ 관측이 나왔는데, 미국을 타격하려면 1만2,000㎞면 충분하다”며 “(사거리보다는) MIRV 형태의 ICBM을 개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름은 화성-16형, 화성-15형 개량형 등 다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IRV는 한 개의 미사일에 2개 이상의 탄두를 장착해 복수의 목표를 조준할 수 있게 한 미사일이다. 북한이 지난해 1월 발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 바로 이 기술이 포함됐다.

반대로 기술적 결함을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앞선 화성-15형처럼 고각발사로는 ICBM의 성패를 가르는, 대기권 재진입 시 마찰열을 견디는 기술을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4년 전에도 한미는 재진입 기술 미비를 이유로 북한의 핵무력 완성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일지. 그래픽=김대훈 기자

북한 미사일 발사 일지. 그래픽=김대훈 기자

중요한 건 북한이 핵무력 완성과 2018년 4월 모라토리엄(발사 유예) 선언 후에도 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계속 꾀했다는 점이다. 실제 북한은 여러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물론 KN-23~25 등 ‘대남 맞춤용’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종 세트도 선보였다. 올해 1월엔 두 차례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에서 네 차례 핵실험과 수많은 ICBM 시험발사로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 체계에 선택지를 하나 더한 셈이다.

여기에 화성-17형까지 개발이 완료되면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은 더욱 강력해진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덩치가 큰 화성-17형은 긴 사거리뿐 아니라 2단 추진방식, MIRV 탑재 등 여러 면에서 획기적 발전을 이룬 ICBM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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