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거부’로 눈총 받는 中, 북한 제재 변수까지...첩첩산중

입력
2022.03.24 20:15
수정
2022.03.2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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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급 탄도미사일, 외교적 부담 가중
미중관계 악화 감수하고 러시아 제재 거부
대북 제재까지 거부? 美 압박 거세질 전망
25일 尹-시진핑 통화 내용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화면)과 화상 통화를 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화면)과 화상 통화를 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연합뉴스


가뜩이나 난국에 처한 중국 외교가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거부하며, 국제사회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대북 압박 동참이라는 또 하나의 고민거리를 떠안게 되면서다.

중국 정부는 24일 북한의 ICBM으로 추정되는 발사체 발사 소식에 대화로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보도를 주시하고 있다"며 "각 측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국면에 착안해 대화와 협상의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기 위해 공동으로 힘쓰기를 바란다"고 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구체적인 견해는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최근 발언에 잘 녹아 있다. 왕 부장은 지난 7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의 뿌리는 북한이 직면한 외부의 안보 위협이 장기간 해소되지 않고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며 "다음 단계는 미국이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내놓을지 아니면 지연 전략을 계속 펴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때문이며, 따라서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것도 미국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이번 북한 미사일 도발 국면에서도 북미 두 당사국 간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국 책임론에는 거리를 둘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중국이 마냥 관망하는 태도만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한반도 문제마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자니, 미국 등 서방 세계의 중국을 향한 대대적 압박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중국은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중 간 갈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대미 전선의 핵심 축인 중러관계를 희생시킬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여기에 '대북 제재'라는 또 하나의 전선까지 미국과 대치할 경우 중국의 외교적 부담은 갈수록 가중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난 1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추가 제재 논의 당시 '보류' 의견을 내며 제재를 사실상 무산시킨 바 있다. 이번 북한의 도발은 미 본토를 사정권에 넣는 ICBM일 가능성이 높은 점에서 대북 제재 움직임을 거스르는 중국의 태도를 미국이 두고만 보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중국으로선 미중갈등 심화를 무릅쓰고 대러 제재를 반대한 데 이어 대북 제재 현안에서까지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유럽과 동북아에서 각각 군사적 위기감을 높이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점도 중국의 외교적 운신 폭을 좁혀 오는 요인이다.

공교롭게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첫 번째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다. 북한의 군사 도발 직후 통화인 만큼 시 주석 또한 북한의 이번 군사 도발에 대한 구체적 메시지를 내놓을 전망이다.

중국 측 북핵 수석대표인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 역시 이르면 이달 말 러시아·미국·한국 등 주요 북핵 문제 당사국 순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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