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완치자에 여전히 PCR검사 내라? 병원들 '확진자 낙인'에 분통

입력
2022.03.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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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내 감염 피해야 한다" 명목으로
완치자들에게도 PCR음성 결과 요구
병원과 협조 절실한 정부는 '모르쇠'
병원 가야 하는 완치자들만 발 동동

2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2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보건소에선 바로 입원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막상 병원에 가니까 PCR 검사를 받아야 입원이 가능하다고 해요. '보건소는 괜찮다 했다' 해도 병원은 우리 지침이라 어쩔 수 없다고만 하더라고요."

지난주 코로나19에서 완치된 50대 A씨는 격리에서 해제된 지 이틀 뒤 수술 입원을 위해 서울의 한 정형외과 전문병원에 갔다가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병원은 입원 수속을 밟기 전에 PCR 음성 확인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입원 날짜 전에 격리가 풀려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A씨는 "안 그래도 보건소에 문의했고, 지침이 바뀌었으니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입원할 수 있다고 했다"고 따졌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보건소 말을 믿고 갔다가 민망해졌다. 왜 이런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정부가 '위드 오미크론' 시대에 맞춰 일반 의료체계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의료기관은 여전히 'PCR 음성'을 요구하며 정부 방침과 거꾸로 가고 있다. 원내 감염을 막겠다는 핑계로 '확진자-비확진자'를 구분하는 의료체계를 고수하는 것이다. '확진자 낙인'에 대한 진료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일반 의료체계 전환을 위해선 병원들의 '확진자 가려 받기'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속항원검사라도 받겠다" 음성 증명 요구 병원마다 제각각

21일 전남 해남소방서에 따르면 18일 오전 10시 35분쯤 다급한 119 신고가 들어왔다. 확진자 임신부로 전날부터 산통과 하혈을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진은 당시 119구급차 모습. 연합뉴스

21일 전남 해남소방서에 따르면 18일 오전 10시 35분쯤 다급한 119 신고가 들어왔다. 확진자 임신부로 전날부터 산통과 하혈을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진은 당시 119구급차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감염 유행 억제에서 위중증 환자 집중 관리로, 치료체계를 전환했다. 경증의 확진 입원 환자가 음압병실이 아닌 일반병실에서 진료를 받는 '서울대병원 모델'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 등 2차 의료기관은 아직도 확진 이력 환자를 가려서 받고 있다. 일반 환자보다 관리가 까다로운 임신부들은 '입원 전 PCR 음성 증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임신부이며 지난달 초에 확진됐다고 밝힌 B씨는 한 맘카페에 "격리 해제된 지 한 달하고도 보름이 지났는데 산부인과에서 PCR 음성 확인서를 요구했다"는 글을 올렸다. "신속항원검사 음성이면 괜찮다는 병원도 있다", "격리 해제된 지 45일 전이면 괜찮다고 하더라" 등 병원 방침이 제각각이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는 방역 지침 위반으로 볼 수 있다. 치료체계가 바뀌어 검체 채취 후 7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격리가 해제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병원들이 지침 위반에도 확진 이력 환자를 꺼리는 건 원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병원들은 "진료 마비는 물론 '환자 관리를 못하는 병원'이 되는데 왜 그 짐을 떠안아야 하느냐"며 항변한다.

의료계와 충돌에 고심?…"일정 시점 이후 강력히 제재해야"

23일 오전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대기를 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전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대기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방역당국은 "진료 거부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만 낼 뿐,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에 "강력한 법적 조치보다 의료단체가 병원들의 (확진자 진료) 동참을 유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치료 기피에 대한 법적 제재'에는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고자 뒷짐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미크론 대유행을 무사히 넘기려면 의료계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행정 조치가 충돌로 이어질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종의 계도 기간을 둬 진료 거부 중단에 동참하게 한 뒤, 이후에는 강력한 조치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일반 의료체계 전환이 순탄하려면 진료 거부 행위가 없어져야 한다"며 "정부가 일정 시점 이후 진료 거부에는 책임을 묻겠다고 해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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