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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인수위와 갈등 빚은 청와대 겨냥 "모든 게 한 만큼 당한다"

입력
2022.03.24 13:30
수정
2022.03.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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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고작 두 달 남은 전임 정부의 인사...알박기 안 돼'"
"6월 지방선거 의식, 정치적 의도된 행보로 보여"
박지현 향해 "여가부 폐지 뭐로 막겠다는 것이냐"
"용산 집무실 이전 반대하는 靑...훼방 놓는 것 같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정의당 여영국 대표와 만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정의당 여영국 대표와 만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지금까지 이런 신구(新舊) 정권 갈등은 없었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문제를 놓고 여전히 봉합을 못 하고 있는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예상대로 인사권 문제까지 충돌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용산 시대'를 두고 안보 공백을 우려로 반기를 든 청와대에 이어 이번에는 윤 당선인 측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지명한 청와대에 '일방 통보'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과 협의해 한은 총재를 지명했다는 입장이지만, 윤 당선인 측은 "협의는 없었다"고 밝혀 진실 공방이 오가는 상황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청와대는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에 대해 협의를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봐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협의와 합의는 완전히 다르다"며 "협의라는 것은 '이 사람 어때?' 했을 때 싫어해도 협의는 끝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합의가 아니라 협의만 했다는 것이다. 그는 "협의를 그렇게 일방적으로 통보당한 대상 입장에서는 '어차피 말해도 안 들을 거잖아' 이런 입장으로 보통 응대하기 때문에, 애초에 협의라는 것 자체가 현재 임명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또 반영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제원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간에 정확하게 어떤 의사소통이 있었는지는 양자의 생각이 좀 엇갈리지만"이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3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달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3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달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앞서 청와대는 전날 새 한은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에 추천을 받아 협의한 인사"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 실장은 "이 정무수석으로부터 한은 총재 지명 발표하기 10분 전에 전화를 받았다. 발표하겠다고 해서 '무슨 소리냐'고 했고, '마음대로 하라'로 했다"고 말했다. 협의나 추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정면 반박한 것. 청와대 측도 "윤 당선인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하마평에 오른 사람 중 이창용 국장을 당선인 측에서 지목해 지명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양측의 줄다리기가 당선인 측에서 감사원의 감사위원 인사와 관련한 불쾌감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에 "한은 총재나 감사위원 같은 경우에는 국가의 요직 중의 요직"이라며 "그런데 지금 임기가 고작 두 달 정도 남아 인수 단계에 있는 전임 정부가 후임 정부에 부담을 주는 형태로 인사를 진행하는 게 과연 맞는 처신인지를 문제 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박기 인사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존에 있는 인사를 갑자기 정권이 바뀌었다고 뜯어내는 것도 안 되겠지만, 거꾸로 그러면 기존에 공석인 자리를 한두 달을 못 참아서 후임 정부가 아니라 전임 정부의 의사대로 인사한다는 것도 앞으로 이게 선례가 된다. 모든 게 한 만큼 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6월 지방선거 의식한 정치적 행보"

김영진(왼쪽에서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기획단 단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영진(왼쪽에서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기획단 단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 대표는 윤 당선인 측과 갈등을 빚는 청와대에 대해 "6월 1일 지방선거가 있지 않느냐. 이런 게 장기화되면 꼭 선거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은 아닌지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정부와 "일부러 여러 쟁점 사안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원래 신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총리, 장관 인선을 가지고는 나중에 청문회나 아니면 여기저기서 세게 붙을 수 있다"며 "그런데 이런 갈등이 정부조직법까지 가게 되면 그거는 전례가 없는 일이 된다"고 했다.

이어 "정부조직법이라는 건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런저런 얼개하에서 정부를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보통 국회 차원에서 존중을 많이 해왔다"며 "그런데 정부조직법이나 아니면 지금 집무실의 장소나 이런 거를 가지고 계속 갈등하게 된다. 그런 경우에는 이거는 뭔가 목적을 가지고 태클을 거는 것 아니냐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을 반대하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진행자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여성가족부 폐지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는 말을 전하자 "이 대선 공약은 너무 보편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진 공약이고 이미 투표를 통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상황"이라며 "박지현 비대위원장이라는 분이 그거를 뭐로 막겠다는 겁니까"라고 받아쳤다.


"용산 집무실 이전...청와대가 훼방 놓는 것 같아"

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의 모습. 뉴시스

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의 모습. 뉴시스

이 대표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청와대가 반대 입장을 표한 것에 대해 "윤 당선인 측에서 요청하는 건 5월 10일부터 새 정부가 일할 공간에 대해서 협조 요청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꼭 협조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고민을 한다고 하면서 좀 뭐랄까, 훼방을 놓는 그런 성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 이전에 대한 공청회라든지 어떤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는 "대통령 공약 만들 때부터 자문을 해주신 분들이 많다. 그 안에는 장성급도 있었고, 국가 안보의 최고 책임자였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도 있었다"며 "그런 분들의 조언을 다 들어서 안보 공백이나 이런 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대선 전에는 광화문이더니, 대선 이후에 용산 얘기가 나왔다'는 지적에는 "청와대 벙커에서 나왔을 때 안보 공백이 있느냐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한 것이고, 그런 면에서 광화문보다 오히려 용산이 기설치된 시설들이 있기 때문에 안보 공백 같은 것이 더 적다고 판단해서 이동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통의동에서 임시로 근무하는 것에 대해서도 왜 멀쩡한 집(청와대) 놔두고, 셋방살이(통의동) 하느냐'는 의견에 "그만큼 청와대가 들어가는 순간부터 권력자에게는 세상으로부터 본인의 치부를 숨길 수 있는 은둔의 공간이기도 하고, 구중궁궐이기 때문에 들어가면 나오기가 힘들다"며 "안락한 삶을 우선 살게 되면 조금 더 국민에게 견제받고 감시받는 삶으로 돌아가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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