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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잘 버티게 해주는 두 개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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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좀 뻐근하네? 어깨도 좀 불편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하루에 8시간씩 컴퓨터를 붙잡고 살았다. 일하지 않을 때는 고개를 숙이고 늘 핸드폰을 쥐고 있었다. 1년, 2년 시간이 흐르면 불편함은 통증으로 이어졌다. 파스를 붙이고, 도수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졌지만, 그것도 잠시. 먹는 진통제와 주사가 일상이 됐다. 그나마 조금 있던 근육도 늘어나는 나이와 함께 자취를 감춘다. 결국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게 됐다. 효과는 대단했다. 10년 동안 괴롭혔던 통증이 단 한 번의 주사로 사라진 것이다.
당장의 통증은 사라졌지만, 무서웠다. 100세 시대의 주인공이 되어 70년을 더 살게 된다면, 이 몸으로 지난한 세월을 견딜 수 있을까? 자신 없다. 잘 버티기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 운동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 50분씩 운동한 결과는 놀라웠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통증이 사라졌기 때문. 물론 틀어지고 굽어있던 뼈가 제자리를 찾은 것은 아니다. 10년 넘게 천천히 망가진 뼈가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근육이 조금씩 생기면서 통증을 버틸 힘이 생겼다.
그즈음 운동과 함께 '모닝 페이지'도 시작했다. 모닝 페이지란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의식이 흐름대로 3페이지를 채워 글 쓰는 행위. 늘 아픈 상태로 살다 보니 작은 일에도 쉽게 예민해졌다. 게다가 불편하고 속상한 일은 늘 속으로 삼켜내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더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속에 쌓아두고 살 수 없어 뭐라도 해봐야지 싶은 마음이었다. 처음에는 뭘 써야 하는 건지 싶었지만, 이내 흰색 종이를 가득 채울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매출에 대한 고민, 인간관계에 회의감, SNS에서 느끼는 질투까지. 3페이지를 채우는 데까지는 50분이 걸렸다. 매일 아침 나만의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쳤고, 때로는 숨겨져 있던 나의 욕망을 발견했다. 매일 아침 글로 한바탕 쏟아내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객관화하며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도 제법 생겼다.
그렇게 운동과 모닝 페이지를 통해 매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끝나면 좋겠지만 삶은 동화의 결말처럼 해피엔딩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운동하면서도 스트레칭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관절에 과부하가 걸려 병원에 갔다. 그뿐인가? 걷다가 갑자기 다리를 삐끗해 인대가 늘어나 2주 동안 운동을 쉬어야 했다. 매일 아침 모닝 페이지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지만, 새로운 스트레스가 끊임없이 생겨났다. 가까웠던 친구와 한순간에 남이 됐고, 가족들의 삶의 무게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아픈 몸은 무력감을 끌고 온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마음은 쉽게 흔들리고 다친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은 계속 일어나고, 나의 존재는 너무나 작고, 안타깝게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가끔은 사는 일이 생존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잘 살아남기 위해 매일 운동하고 모닝 페이지를 쓴다. 그래서 누군가 "잘 살고 있나요?"라 묻는다면 아직은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할 수는 없다. 다만 잘 살아가기 위해 잘 버틸 수 있는 힘을 매일 키우고는 있다고 말한다. 운동과 모닝페이지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됐다. 길고 만만치 않은 삶을 잘 버틸 수 있는 두 개의 무기 덕분에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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