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내놓은 '과학방역 7계명'에... 전문가들 "무슨 소린지"

입력
2022.03.23 18:20
치료제 복제약은 현실성 낮아
항체 양성률 조사 이미 진행 중
5~11세 접종은 지금도 선택사항
“의료체계 개편, 공공의료 강화 빠져”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치방역 안 하고 과학방역을 하겠다'며 야심 차게 제시한 새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 반응이 시큰둥하다. 대부분 이미 하고 있거나, 한다 해도 효과가 불확실한 내용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대응의 핵심인 '공공의료 강화 방안'이 쏙 빠졌다는 부분에서 실망감을 나타냈다.

“먹는 치료제 복제약? 차라리 CMO를”

23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선 인수위의 새 방역 정책 방향이 추상적, 원론적 접근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현재 방역정책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는 수근거림도 적지 않다.

안 위원장은 전날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을 ‘정치방역’이라 규정하고 ‘과학방역’을 하겠다며 7가지 방역 지침을 공개했다.

첫 번째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확보를 위한 복제약 제조 가능성 타진이다. 당장 제약업계에선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먹는 치료제는 바이오가 아닌 화학의약품이라 복제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제약사가 복제약을 만드는 건 대개 특허 만료 이후다. 먹는 치료제는 특허가 풀리지 않아 개발사에 막대한 로열티(수수료)를 내야 한다. 지금 한창 잘 팔리고 있는 신약의 제조법을 제약사가 공유할 가능성이 낮다. 로열티 지불에 따른 수익성도 따져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도 작은 우리 제약기업들이 협상력을 갖긴 쉽지 않다”며 “복제약보다 차라리 CMO(위탁생산)가 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계약을 맺고 코로나19 백신을 대신 생산해 국내외에 공급하는 방식이 바로 CMO 사업이다.

대면진료는 당연한 방향… 문제는 수용성

안 위원장은 또 '코로나19 항체 양성률'을 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지역별, 연령별 방역 정책을 세우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항체 양성률 조사는 이미 질병관리청이 주기적으로 조사, 발표해왔다. 더구나 항체는 감염되고 나서야 생기고 보유량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감염 예방이 목적인 방역 정책의 근거로 쓰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의대 교수는 “차라리 외국처럼 생활하수 속 바이러스를 감시해 숨은 감염자를 파악하는 게 지역별 방역에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확진자들이 재택치료가 아닌 동네의원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게 바꿔야 한다는 인수위의 방향 역시 현 방역당국이 누차 강조해온 얘기다. 문제는 감염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면 대면진료를 준비해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의료기관과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위험군 패스트 트랙, 어떻게?

안 위원장은 고령자나 기저질환자가 빨리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패스트 트랙’을 만들자고도 했다. 지금도 고위험군은 바로 PCR검사를 받고, 25일부턴 재택치료 형태도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 중 선택할 수 있다. 인수위는 이 외에 구체적인 추가 방안을 내놓진 않았다.

또 안 위원장이 “5~11세 접종은 본인과 부모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했는데, 이미 기저질환 소아만 권고 대상이고 나머지는 선택이다. 백신 부작용 자료를 모두 공개하겠다는 인수위 방향에 대해선, 개인 의료 정보가 포함된 만큼 민감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인지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인수위 발표 사항들은 성실하게 협의하면서 논의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말을 아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국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의료대응 체계 개편이 빠졌다”며 “의료의 공공성 부족을 거리두기로 메우는 방식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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