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인수위 대면 업무보고도 못하는 신세" ... 탄소중립위원회 '흔들'

입력
2022.03.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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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의 중심에 섰던 탄소중립위원회가 앞날이 암울해지고 있다.

23일 탄중위 등에 따르면, 탄중위는 이날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 요청을 받지 못했다. 대신 29일로 예정된 국무총리실 업무보고 때 그간의 업무를 정리해 보고서에 몇 줄 올리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탄중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립해 크게 힘을 실어 줬던 것과는 대비된다.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 공동위원장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과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 공동위원장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과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친원전 내세운 윤석열 당선인 ... "당분간 혼란 불가피"

이뿐 아니다. 탄중위는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탄중위가 가장 공들였던 2050 시나리오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 따라 원전 비중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친원전을 내건 윤석열 당선인은 원전 비중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급격한 노선수정이 불가피하다.

탄중위 관계자는 "계속 탈원전 모드로 일을 해왔는데 이제 모든 걸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매우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탄중위 관계자도 "인수위와 새 정부가 에너지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정하기 전까지는 혼란상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탄중위 조직, 위원 대폭 조정될 가능성도

탄중위 위원들의 대거 교체도 점쳐진다. 탄중위는 정부 쪽 당연직 18명과 민간위원 77명으로 구성됐다. 25일 탄소중립기본법이 발효되면 탄중위는 임의적으로 설치된 대통령 자문기구에서 법에 근거한 기구로 위원회의 성격이 바뀐다. 그러면 기존 민간위원들은 자동으로 해촉된다.

현재까진 업무의 연속성을 감안해 기존 위원들이 임기를 이어가기로 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차기 위원들이 언제 어떻게 꾸려질진 알 수 없다. 인수위를 거쳐 새 정부가 구체적 정책방향을 내놓을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여서다. 윤순진 탄중위 민간위원장은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과학적 근거에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 단기간에 수정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차기 탄중위 구성 때는 민간위원이 대폭 교체되리란 예상도 나온다. 한 민간위원은 "현재 77명, 8개 분과로 구성됐는데 이 또한 너무 방대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위원 수는 물론 위원 구성 면면까지 전면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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