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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인가 매표인가... 자립도 10% 지자체 재난지원금 논란

입력
2022.03.24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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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상주·보령·태안 등 20만~30만원 지급
지원금 결정한 현역 단체장, 지방선거 출마

가세로(왼쪽 네 번째) 충남 태안군수가 18일 충남도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군비 125억 원을 긴급 투입해 모든 군민에게 1인당 2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태안=연합뉴스

가세로(왼쪽 네 번째) 충남 태안군수가 18일 충남도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군비 125억 원을 긴급 투입해 모든 군민에게 1인당 2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태안=연합뉴스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민감한 이 시점, 재정자립도(전체 재원 중 자체조달 비율)가 낮은 기초자치단체들이 각종 명목으로 재난지원금을 쏟아내고 있어 논란이 커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지역경기 위축을 명분 삼고 있지만, 선거를 앞둔 단체장들이 혈세로 표를 사는 ‘매표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 10곳 넘어

2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지자체는 10곳이 넘는다. 경북 군위군은 생활안전지원금으로 1인당 30만 원의 선불카드를 지급하고, 충남 보령시와 태안군, 경북 상주시도 1인당 20만 원을 준다.

이들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 43.6%에 한참 못 미칠 정도로 열악하다. 지난해 기준 군위와 상주의 재정자립도는 각각 7.4%와 8.1%, 보령과 태안은 11.9%와 12.5%다. 재정이 열악한데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지자체는 수도권에도 있다. 서울 금천구(재정자립도 26.3%)와 경기 구리시(33.9%)가 1인당 각각 5만 원과 6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주고 있다.

곳간이 넉넉지 않음에도 재난지원금을 남발하는 이유는 현금 뿌리기가 주민 환심을 사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기 때문. 1인당 15만 원의 지원금이 책정된 충북 영동군 음식점 주인 이모(66)씨는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선불카드나 지역상품권은 마른 하늘에 단비와 같다”면서 “이전에 재난지원금이 지급됐을 때도 손님이 늘고 매출에 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22년 전 시·군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요 지방자치단체

2022년 전 시·군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요 지방자치단체


하필 선거 앞두고...이웃 지자체 형평성 불똥

문제는 선거 앞 재난지원금 지급이 현역 단체장에게만 유리한 무기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실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단체장들 대부분은 이번 지방선거 출마가 예정돼 있다. 보령시 영동군 군위군 단체장은 3선을 노리고, 금천구 구리시 상주시 태안군 단체장은 재선 도전이 유력하다.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달리 지자체별 지급분은 지역 내 형평성 논란도 낳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지자체는 주민들의 때아닌 원망을 듣고 있는데,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구청장들끼리 모여 회의를 할 때 금천구의 지원금 지급을 놓고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는 얘기를 전했다.

"선거마다 반복되면 지방재정 파탄"

선거를 의식한 돈풀기가 반복된다면, 가뜩이나 악화일로인 지자체 지방재정이 파탄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마저 나온다.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2017년 47.2%, 2019년 44.9%, 지난해 43.6%로 하락일로 상태다. 77.3%로 독보적 1위인 서울을 뺀 지방의 재정 상태는 실제 수치보다 더욱 심각하다.

선거를 앞둔 시점의 현금 지급을 제도적으로 제한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2020년 21대 총선 참패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파악한 국민의힘은 지난해 1월 '선거 기간 중 금품 지급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승리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이런 제한에 계속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지급과 재정자립도를 과하게 연관시킬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심성 지원은 비판을 받아야 하지만 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의 지원금 지급을 무조건 비판해서는 안 된다”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원인과 실제 필요성을 꼼꼼하게 따져 내놓은 정책인지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근본 원인(국세 위주의 세입 구조)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김성환 기자
청주= 한덕동 기자
이범구 기자
대구=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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