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깨운 지역 에너지 자립

입력
2022.03.24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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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천연가스의 가격과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유럽은 전력생산 부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외부환경에 의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자립이란 '독립적이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석유 시장을 생각해보면 전 세계가 국제적인 수요공급, 환율, 필요한 경우 비축량 활용 등 외부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우리나라는 독립적으로 석유를 정제하여 판매할 수 있어 대체로 '에너지 자립'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전력 분야도 천연가스 장기도입 계약 등으로 공급 부족을 겪지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지역 단위의 에너지 자립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기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지역별로 독립적으로 전력을 생산·공급하면서 중앙의 공급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에너지 자립, 바로 분산 에너지 확대가 에너지 자립의 키가 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자립은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도시에서 더 필요하지만, 도시에서는 분산 에너지를 설치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이 분산 에너지 확대의 장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는 단순히 주유를 업으로 하는 주유소를 미래에는 전기·수소의 충전이 가능하면서 인근의 분산 에너지를 모집하여 통합발전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때 자가 발전을 위한 소규모 분산 전원으로 수소 연료전지를 설치한다면 효과성과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수소 연료전지는 타 분산 전원 대비 설치 면적과 소음이 적고 발전효율이 우수하고, 도시가스망 활용이 가능하여 추가 인프라의 구축 없이도 전력 수요지에 설치할 수 있으며, 향후 청정수소 공급 인프라가 갖춰지면 청정수소로의 연료 전환도 쉬워 탄소중립 시대에 활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슈퍼스테이션을 통한 지역 에너지 자립을 위해 두 가지 해결해야 할 이슈가 있다. 하나는 주유소 내 수소 연료전지를 설치할 수 없고, 다른 하나는 소규모 주유소가 참여할 시장이 모호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유소 내 연료전지를 설치하도록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동시에, 규모와 상관없이 주유소가 해당 지역 내 통합발전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등 관련 제도에 1㎿ 이하의 소규모 분산 전원 인센티브 제도를 추가하는 등 소규모 시장의 정책 지원도 같이 고려한다면 분산 에너지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분산 에너지 확산과 지역 에너지 자립에 대한 새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을 기대해본다.



이서혜 E컨슈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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