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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촛불 잊은 민주당, 내 편은 신격화, 남은 악마화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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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로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0년마다 정권이 교체된 '10년 주기설'이 35년 만에 깨진 것이다. 2020년 4월 총선을 정점으로 '전국선거 4연승'을 거둔 거대 여당이 2년 만에 민심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민주당이 아니라 차기 정부의 '여소야대 국회'가 민생을 위해 운영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해답이다. 이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들어본다.
"지난 5년간 정부와 당의 요직에 있으면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긴 정치인들은 집단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정치 교체다."
2017년 판사 시절 ‘사법 농단’을 세상에 알린 것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3·9 대선 패배는 누구보다 뼈아프다. 5년 만에 민주당이 '촛불혁명' 주도세력에서 심판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목도하면서다. 이 의원은 17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가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촛불의 열망을 민주당이 독점한 데서 대선 패인을 찾았다. "다양성을 잃은 채 우리는 신격화하고, 남은 악마화한 경직된 태도"가 민주당을 민심에서 멀어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쇄신과 관련해 △50, 60대 남성 시각에 갇혀 있는 배타적 태도를 버리고 △다양성의 제도화를 위한 다당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며 △양당정치 폐해에 책임이 큰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주류 정치인 용퇴 등 '책임정치' 실천을 주장했다. 이를 외면한 채 상대당의 실점에만 기대려 한다면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 의석수는 반토막 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선 패배의 의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0%대 지지를 얻었지만, 취임 후 국정 지지율이 80%까지 올랐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민주당 정부에 기대를 걸고 권한을 맡긴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80%의 지지를 5년간 조금씩 잃어왔고, 남은 건 원래 갖고 있던 40% 지지뿐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촛불 계승자'의 지위를 박탈당한 것이다."
-지지를 잃은 요인이 뭔가.
"부동산 정책 등의 문제가 크다. 하지만 민주당의 태도는 더 큰 문제였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함께 촛불을 들었지만 민주당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일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이에 대한 심판이 이뤄진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친상 빈소에 근조화환을 보냈다. 이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피해자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과거 안 전 지사 모친상 빈소에 민주당 인사들이 화환을 보냈을 때에도 피해자가 '위협을 느낀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똑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50, 60대 남성 위주의 민주당의 폐쇄적인 문화를 보여준 사례다."
-민주당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연합정치를 할 수 있는 개방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공약한 정치교체를 주도해야 한다. 연합정부 구성과 다당제 도입, 결선투표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을 패키지로 처리해야 한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전환도 당장 시급하다."
-왜 지금 정치교체를 해야 하나.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정치교체 필요성을 체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이렇게 소모적인 후보 단일화 논의와 사퇴 압박은 없었을 것이다.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전도 결선투표가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다. 내가 싫어하는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또 다른 비호감 후보를 억지로 찍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네거티브는 감소하게 된다. 이런 체험을 한 유권자들의 기억이 남아 있을 때 개헌 등 정치개혁 논의를 해야 한다."
-소수정당에서는 지방선거부터 성의를 보이라고 민주당에 요구한다.
"정치교체를 위한 여러 정당 간 정치교체 플랫폼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정치개혁에 동의하는 정당들과 공동후보를 선출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후보가 아니어도 좋다. 그런 손해는 감내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겠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정권 초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정치교체에 동참하겠나.
"윤 당선인은 역대 최소 표차로 신승했고 국민 과반 지지를 얻지도 못했다. 이런 배경을 무시한 채 일방적 국정운영을 하면 빠른 시일 내 식물정부가 될 것이다. 따라서 다당제 등 정치교체는 국민의힘에도 필요한 과제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공개 반대했다.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책임정치 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 간 대결정치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왔고, 그래서 정치교체의 주역이 되기 어려운 분들이 집단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이들이 용퇴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치교체다."
-누가 용퇴 대상인가.
"586세대 책임론도 있지만, 단지 특정세대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5년간 행정부와 (2020년 4월 총선 이후인) 지난 2년간 민주당에서 책임 있는 지위에 있었던 분들이 대상이다."
-책임정치가 왜 중요한가.
"책임정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 국민들은 정치인이 공적인 소명 의식을 갖고 정치를 하는 건지, 생계를 위해 정치를 하는 건지 의문을 갖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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