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호재냐 악재냐...용산 대통령 시대, 전문가들도 '기대 반 우려 반'

입력
2022.03.22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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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일대 부동산시장, 악재와 호재 복합
"추가 규제 없다"지만 불안감은 여전
종로구는 인왕산, 고궁 등 있어 변화 없을 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조감도를 제시하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개방 시기에 대해서는 임기를 시작하는 5월 10일로 못 박았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조감도를 제시하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개방 시기에 대해서는 임기를 시작하는 5월 10일로 못 박았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사와의 '인접성'이 호재와 악재를 가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고도제한 등 '추가 규제' 우려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70여 년 만에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종로구는 일각의 바람과 달리 개발 호재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윤 당선인은 직접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용산 시대'를 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런 윤 당선인이 "용산은 청와대가 이전하더라도 추가적 규제는 없다"고 강조하자 지역에서는 호재에 대한 기대도 나오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단 부동산 업계는 집무실 이전에 따른 인프라 개선이 인근 지역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용산이 '정치 1번지'로 새로이 자리매김함에 따라 용산공원 조성과 경부선 및 경원선 철도 지하화 사업에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철도 지하화 계획이 힘을 받으면 지상 공간을 탈바꿈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면서 "집무실 이전으로 상주 인력이 늘어나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당선인의 장담에도 추가 규제에 대한 우려는 악재다. 현행법상 청와대 인근의 고도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경호나 헬기 사용 등 편의를 감안해 국방부 주변 건물에 대한 높이 규제가 신설될 경우 정비사업은 사업성이 떨어져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방부 주변 지역은 별도의 건물 높이 제한이 없는 터라 다수의 정비사업지역에서 '30층 이상 마천루' 건축을 기대해왔다. 집무실 지근거리 지역은 시위와 집회, 교통체증까지 더해져 주택 가격에 악영향을 받을 우려도 크다.

'산, 고궁 규제' 종로구...청와대 보내도 개발 호재 기대 어려워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이 공식화된 20일 시민들이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이 공식화된 20일 시민들이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 집무실을 넘겨주게 된 종로구를 두고는 현재의 엄격한 개발제한이 풀리면서 주택 가격이 들썩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청와대 일대 지역이 16m 안팎의 높이 규제를 적용받고 있기는 해도 자연경관(인왕산 등)과 고궁(경복궁), 한옥 밀집 지역 보호 목적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청와대 개방으로 관광 수요 유입 효과는 있겠지만 도시개발 차원에서의 호재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청와대 주변 보호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적 콘텐츠 보존의 성격이 있다"며 "5년 뒤 종로구 청와대가 복구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규제를 푸는 것은 난개발 우려가 있어 쉽지 않다"고 짚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인수위의 마수걸이 정책이 '부동산 대책'이 아닌 '집무실 이전'이 된 상황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아쉬움을 전했다. 문재인 정부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한 당선인이 되레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김인만 소장은 "집무실 이전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이전 계획이 발표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이슈가 잠식됐다"며 "민생 경제 대책이 우선됐어야 하는데 선후 관계가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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