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 측 부동산정책 대전환 기세
표심 좇아 민주당도 ‘닥치고 바꾸기’
그래도 1주택 보유세 원칙은 유지돼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는 단지 집값을 잡지 못했다는 걸 넘어선다. 실패는 집값 폭등을 불러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자산 격차를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벌려놨다. 이제 무주택 서민이나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의 꿈조차 꾸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그건 사회 양극화 구조를 타파하겠다고 나선 정권으로서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은 결과였다. 하지만 실패의 부작용은 비단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책 실패는 반작용을 부른다. 그것도 실패에 넌더리가 난 만큼, 필요보다 더 격렬한 반작용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샤워실의 바보’라는 비유를 제시했다. 샤워하는 바보가 따뜻한 물이 빨리 나오게 하려고 수도꼭지를 온수 쪽으로 끝까지 틀었다가 뜨거운 물이 쏟아지자, 이번엔 물 온도를 빨리 낮추려고 꼭지를 냉수 끝까지 화급히 돌리는 식으로 덤벙대며 냉·온수 물벼락을 되풀이해서 뒤집어쓰는 얼빠진 행태가 원관념이다.
프리드먼은 당초 이 비유로 경기과열 또는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과도하거나 변덕스러울 경우 발생하는 역효과를 경고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상황에선 파국적 실패를 부른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전환한다며 지나칠 정도로 ‘닥치고 바꾸기’식 행태를 보이고 있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충고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된 건 아니다. 정권의 놀라운 무능과 헛된 원리주의, 현실을 외면한 아전인수식 상황 판단 등이 일을 망쳤지만 취지와 의도만큼은 폭넓은 공감을 받을 만한 게 많았다. 대표적인 게 ‘1가구 1주택 원칙’이나 ‘주택 자산가액에 비례하는 과세’ 등이다.
사실 1가구 1주택 원칙은 부동산 투자관행을 점차 변화시킬 수 있는 적잖이 유효한 접근법이다. 일시적 다주택 수요와 현실적 필요를 감안한 정책 유연성만 확보됐다면 점진적 제도 정착이 가능할 수 있었다. 주택 자산가액에 비례하는 과세 역시 조세 정의에 부합함은 물론, 부의 양극화 완화에도 효과를 낼 만한 것이었다. 잘 정착되면 서울 강남3구 집중현상을 완화하고, 그 지역 아파트가 전국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시장 메커니즘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넘치는 유동성 상황이나, 신규 주택공급을 외면한 어설픈 규제 일변도 정책 등으로 집값 앙등을 자초해 스스로 1가구 1주택 원칙의 정당성을 훼손해 버리는 우를 범했다. 또 비현실적 보유세 중과 과속으로 주택 가액에 비례하는 과세에도 격렬한 저항을 초래했다.
그 결과 윤석열 당선인 측이나,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조차 ‘닥치고 바꾸기’가 횡행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미 종부세 폐지와 공정시장가액 비율 95% 동결을 공약했다. 아울러 1주택자 보유세도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인하키로 했다. 비조정지역과 조정지역 다주택자 세 부담 상한선을 각각 100%포인트씩 낮추기로 한 것도 ‘징벌적 과세’를 줄임으로써 어쨌든 다주택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다.
애초 현실주의를 표방한 윤 당선인 측은 그렇다 해도, 민주당의 요즘 행보는 스스로 표방했던 1가구 1주택이나 보유세 원칙의 가치조차 잊은 채 허둥거리는 것 같아 착잡하기 짝이 없다. 1주택 보유세의 2020년 환원 방침이나, 일각의 1주택 종부세 폐지론 등이 대표적이다. 다주택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 방안도 원칙 훼손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부동산정책 전반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절실하다. 하지만 여야 어느 쪽이든 1가구 1주택이나 주택 가액 비례 보유세 과세 원칙 등은 잘 살려 제도적 정착을 꾀하는 게 시대정신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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