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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내렸는데 휘발윳값 뛰어 속 터진다?…휘발윳값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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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127달러로 고점을 찍고 최근 100달러 안팎으로 떨어지며 다소 진정 국면을 보이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격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휘발유, 경유와 같은 석유제품의 원재룟값은 떨어졌는데 도리어 휘발윳값은 더 올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유사들이 폭리를 얻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하는데, 도대체 휘발윳값은 어떻게 매겨지는 걸까.
22일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제유가(두바이유)는 106.62달러로 전주 대비 7.4% 하락했다. 반면 국내 주유소 휘발윳값(전국 기준)은 같은 기간 4.6% 올랐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이를 다시 휘발유, 경유 등으로 만들어 국내 주유소에 공급한다. 이 상황만 놓고 보면 원재룟값 하락이 제품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최근 기름값을 두고 '오를 땐 번개처럼 내릴 땐 깃털처럼'이란 소비자 원성이 자자한 배경이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많은 이들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유가에 연동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제품가격 '(MOPS)을 기준으로 삼는다. 국내 정유사는 기준이 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환율, 수송비, 관세, 유통비용 등을 더해 최종 판매가격(세금 60%)을 정한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보통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내려가겠지만, 근본적으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제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유가가 올라도 휘발유 수요가 줄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고 뒤이어 국내 가격도 함께 내려가는 식이다.
다만 국내 가격을 매길 땐 평균적으로 일주일 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가령 1월 넷째 주와 3월 둘째 주 사이 국제 휘발윳값은 753.29원에서 1,066.48원으로 313.19원 올랐는데, 일주일 뒤인 3월 셋째 주 국내 휘발윳값은 1,994.39원으로 2월 첫째 주보다 326.77원 올랐다. 구조적으로 국제유가 변동분이 국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최소 1주일의 시차가 발생한다. 다만 일반 주유소는 보통 한 달에 2번 정유사에서 기름을 공급받고, 기존 기름을 다 팔 때까지 가격 하락을 늦게 반영하는 경우도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월 단위로 가격을 매기면 시세 반영이 너무 늦고 일 단위로 하면 가격이 널뛰어 주유소는 가격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주간 단위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제유가를 가격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게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제품을 만드니, 원유를 기준으로 삼아야 시장 상황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는 논리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까지 원유가 기준 방식을 사용하다 2001년부터 국제 제품가격으로 기준을 바꿨다. 당시 국제 제품가격이 원유가격에 연동된 국내 제품가격보다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갑자기 해외 수입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정유사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국내 석유제품 물량 공급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정부 가격 고시제를 운영 중인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일본 등 시장이 개방된 나라 대부분은 국제 제품가격을 기준으로 자국 내 석유제품 가격을 결정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시장이 완전 자율화돼 결국 국제가격에 수렴할 수밖에 없는데 원유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유가 하락기엔 국내가격이 국제가격보다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어 오히려 시장 왜곡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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