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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6번이나 멎었던 15세 소년...7일 만에 극적 소생

입력
2022.03.21 10:52
수정
2022.03.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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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모·심폐소생술·응급 심박동기 시술 받고 한 달만에 퇴원

한가람(왼쪽에서 세 번째)군과 위진(왼쪽에서 네 번째)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 안경진(왼쪽에서 다섯 번째)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기념 촬영을 했다. 한군 아버지 한준욱(왼쪽 첫 번째)씨와 어머니 신희정(왼쪽 두 번째)씨도 함께했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한가람(왼쪽에서 세 번째)군과 위진(왼쪽에서 네 번째)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 안경진(왼쪽에서 다섯 번째)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기념 촬영을 했다. 한군 아버지 한준욱(왼쪽 첫 번째)씨와 어머니 신희정(왼쪽 두 번째)씨도 함께했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급성 심근염으로 쓰러진 15세 소년이 심장이 여섯 차례나 정지됐지만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기적같이 회복했다. 수차례 심폐소생술(CPR), 응급 심박동기 시술, 7일간 이어진 에크모(ECMO) 치료를 딛고 별다른 후유증과 합병증 없이 한 달 만에 퇴원했다.

여섯 차례의 심정지를 극복한 한가람(15)군의 이야기다. “처음엔 어지러움이 생기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어요.” 지난 1월 24일 한군은 현기증이 심해지더니 다음 날엔 혈압이 뚝 떨어졌다. 집 근처 의원에서 수액 주사를 맞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식은땀과 구토까지 생겼다.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자 지난 1월 26일 저녁 9시경에 가천대 길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응급실에서도 검사ㆍ치료를 받았지만 심정지가 계속 나타났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 간격으로 심정지가 무려 6차례나 발생했다. 수차례 이어진 심폐소생술 덕분에 멈췄던 심장 기능은 회복됐지만 증상은 계속 악화됐다.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 강심제, 혈압을 높이는 승압제 등 수많은 심장 치료 약물을 투여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한군의 심장은 심장 근육에 염증성 물질이 침범해 발생하는 심근염이 빠르게 진행돼 심장의 전기적 신호 전달 체계가 완전히 망가지면서 느린 맥(완전 방실 차단)으로 인한 심정지와 빠른 맥(심실빈맥, 심실세동)으로 인한 심정지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심폐소생술과 약물 치료가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긴급히 연락을 받은 위진 심장내과 교수가 환자 상태 확인 후 곧바로 임시 심박동기를 삽입했다. 이후 다행히 박동 수가 유지되면서 심정지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고 혈압도 안정을 되찾았다.

심장 초음파검사에서도 심장 수축력이 유지됐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소변량이 점점 줄고 체내 젖산 수치가 계속 오르는 등 혈류가 급격히 줄어드는 '저관류’ 상태였기 때문이다.

위 교수는 “심장 초음파검사를 해보니 심장이 거의 뛰지 않는 중증 심장성 쇼크 상태였다”며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예후가 나쁜 ‘전격성 심근염’으로 판단돼 지체 없이 체외 심폐 순환기(ECMO·에크모) 시술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아 혈액 투석까지 고려했던 한군은 에크모 시술 후 혈압이 안정화되면서 소변량도 정상화되고 체내 젖산 수치도 감소했다.

에크모는 환자 혈액을 체외로 빼낸 뒤 펌프를 통해 환자에게 다시 넣어 혈류를 순환해 주는 생명 유지 장치다. 심장이 거의 뛰지 않는 사망 직전의 상황에서 사용하는 장치로 고도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환자의 심장 기능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전에 에크모 시술 여부를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정지 환자는 대부분 뇌손상을 비롯한 다발성 장기손상 및 감염, 출혈 등 동반된 합병증으로 인해 10%도 생존하지 못한다. 그동안 수많은 초중증 환자를 치료해 온 위 교수도 한군 치료에는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의료진은 심장 치료와 함께 심정지로 인한 여러 합병증을 동시에 치료해 나갔다. 또한 매일 수차례씩 심장 초음파검사를 통해 심장 회복 정도를 확인했다.

이런 노력 끝에 한군의 심장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심장ㆍ폐ㆍ콩팥 등 주요 장기 기능이 상당히 회복돼 2월 3일 에크모를 제거하고, 다음날엔 인공호흡기까지 뗄 수 있었다. 한 달간 투병 끝에 2월 26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한군 어머니인 신희정(41)씨는 “아들 심장이 멈췄을 때 눈앞이 캄캄했지만 의료진이 헌신적으로 치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들이 소생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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