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과 경찰옴부즈만

입력
2022.03.22 04:30
25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오른쪽)과 이규환 종로경찰서장이 2021년 7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경찰옴부즈만 홍보포스터를 부착하고 있다. 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오른쪽)과 이규환 종로경찰서장이 2021년 7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경찰옴부즈만 홍보포스터를 부착하고 있다. 뉴스1

재작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비밀의 숲 2'에는 수사권 조정을 놓고 대립하는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이 등장한다. 드라마 속에서 이들은 때로는 자신의 입장에 유리하게 사건을 이용하거나 은폐하고, 때로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공조하기도 한다.

이처럼 드라마 소재로도 사용된 검경 수사권 조정 제도는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2021년 1월 1일 시행됐다. 검찰이 수사의 전 과정을 지휘하는 구조에서 경찰이 사건의 1차적 조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가지는 구조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로써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상명하복'이 아닌 '상호협력'으로 새롭게 재정립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경찰은 대폭 늘어난 권한만큼 늘어난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조직과 인력을 보강해 노력하고 있지만 수사 진행 속도가 현저히 더뎌지는 등 한계도 보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경찰의 권한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찰 권력에 대한 외부 견제장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외부 견제장치 중 하나가 바로 '국민권익위원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옴부즈만(Ombudsman) 기관으로, 공공기관이 책무를 적정히 수행하고 있는지 국민을 대신해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6년부터 경찰옴부즈만을 운영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권익을 침해받은 국민 누구나 고충민원을 제기할 수 있으며, 경찰이 위법하거나 부당하게 권익을 침해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를 시정하도록 권고한다.

국민권익위 경찰옴부즈만이 해결한 민원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A씨는 폭행을 당해 112에 신고했다. 수사가 진행되던 도중 A씨는 담당 경찰관에게 가해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경찰관은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사건기록에 자료로 첨부해 놓았다. 문제는 불기소 결정이 내려질 때 발생했다. 피해자인 A씨가 불기소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행법상 불기소 결정에 대한 불복은 고소인·고발인이 할 수 있는데 A씨는 제출한 고소장이 접수되지 않아 고소인으로 간주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옴부즈만은 조사 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경찰관에 대한 조치와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도록 경찰청에 권고했다.

오수부동(五獸不動)이라는 말이 있다. 고양이, 개, 사자, 범, 닭이 한곳에 모이면 서로를 두려워하느라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진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경찰을 포함한 수사기관들과 경찰옴부즈만이 상호 견제하여 힘의 균형을 이룰 때 국민의 권익은 가장 크게 보호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민권익위 경찰옴부즈만은 냉철한 감시자로서 때로는 든든한 조력자로서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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