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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공시가 2020년 수준 적용 검토… 여가부 폐지 반대" [인터뷰]

입력
2022.03.21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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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단독 인터뷰]
#이명박 사면
"취임 후 윤석열이 결자해지 해야"
#김건희씨 주가조작 의혹
"검찰이 尹정부 출범 전 기소 여부 결정"
#이재명 지방선거 역할론
"당연히 해야... 본인도 의지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1가구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1가구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0일 "1주택자 보유세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2020년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에는 "오히려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고, 법무부의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에도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관련 법 개정을 두고 172석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충돌이 예상된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선의 주요 패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손질 등을 서둘러 추진할 과제로 꼽았다. 특히 1주택자 재산세 부담 완화는 법 개정에 앞서 시행령 개정으로 2020년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뜻을 밝혔다. "오는 23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전까지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요청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점도 밝혔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선제적으로 만회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윤 당선인 및 국민의힘과의 관계엔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면서도 사안별로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는 "(윤 당선인) 본인이 감옥에 보내놓고 누구에게 사면해 달라고 하느냐"고 했고, 윤 당선인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는 "취임 전 반드시 김씨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와 별도로 윤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언론개혁 등과 관련해 "미진한 개혁법안을 이번에 확실히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대선 패배에 따른 지도부 사퇴 이후 민주당호(號)의 조타수를 맡고 있는 윤 위원장은 6월 지방선거와 8월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 그에게 대선 패인과 그에 따른 당 쇄신 방안, 국민의힘과의 관계, 지방선거 대책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1주택자 보유세 완화'는 대선공약이었는데, 이행 의지가 여전한가.

"그렇다. 그간 공시가격을 2021년 수준으로 동결하자는 논의가 많았는데, 국민의 재산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도록 2020년 수준으로 하자는 제안이 나와 적극 검토하고 있다. 건보료도 공시가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다면 조정을 요청할 것이다."

-추진 시점은?

"23일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는데, 공시가 인상에 따른 재산세 증가에 따른 불안이 커질 수 있다. 공시가 동결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해 23일 전까지 대책을 내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것이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20일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홍인기 기자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20일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홍인기 기자


"취임 전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기소 여부 정해야"

-윤 당선인이 취임하면 민주당은 거대 야당이 된다.

"협력할 것은 반드시 협력하겠다. 여소야대는 협치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여건이 될 수 있다. 다만 윤 당선인에게 달려 있다. 윤 당선인이나 국민의힘이 20세기 이전에나 있던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다시 시도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국민과 헌법을 무시하는 행태도 용납하지 않겠다."

-국민과 헌법을 무시하는 행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가령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안하무인의 태도다. 김 총장 체제에서 수사해온 윤 당선인과 주변인 수사를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게 막으려는 노림수 아닌가. 김건희씨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김씨에 대한 조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조사가 다 돼 있다. 윤 당선인의 취임 후에는 조사가 어렵기 때문에 검찰은 취임 전 김씨를 조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검찰은 해당 의혹을 폭로한 경찰 수사관을 공익 제보자임에도 수사자료 유출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런 잘못된 검찰권 사용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김씨 사건은 취임 전 마무리해야 한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여가부 폐지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 협력할 건가.

"여가부는 성평등만 다루는 부처가 아니다. 다문화, 가족, 청소년 정책은 물론 성인지 예산제도 운영을 맡고 있다. 역할을 강화해도 모자라는 마당에 부처 폐지는 현실성이 없다. 오히려 인구정책 등 여가부 정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재명 전 대선후보도 여가부 명칭 변경을 공약으로 냈다.

"이름 바꾸는 것이 중요한 일인지 의문이다. 역할이 중요하다."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9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9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당선인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건의를 어떻게 보나?

"윤 당선인은 그런 요구를 할 자격이 없다. 문 대통령은 성정상 검찰수사에 전혀 관여할 분이 아니다. 문 대통령 임기 중 구속됐으니 대통령의 지시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사안은 100%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구속시킨 것으로, 결자해지해야 한다."

"지방선거 때 이재명에게 지원 요청할 것"

-정치 교체 차원에서 6월 지방선거에서 김동연 전 대선후보의 새로운물결 등 소수 정당과 연합 공천을 할 계획이 있나.

"단체장 선거는 지방의원과 달리 독임제이기 때문에 다당제 실현을 모색하기 쉽지 않다. 다만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을 포함한 야5당이 연합 공천 협상으로 후보 단일화를 했고 사실상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열어놓고 고민하겠다."

-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두고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반대로 법 개정이 여의치 않으면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광역의회가 2인 선거구를 없애도록 당론을 정하면 된다. 이를 통해 소수정당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겠다. (결선투표제 도입 등) 개헌 사안을 위해 국회에 헌법 개정 정치개혁특위 구성을 제안하겠다.”

-이 전 대선후보도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하나.

"당연하다. 본인도 의지가 있다. 선거 승리에 기여할 방안을 찾아 제안하겠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 10일 국회에서 지도부 총사퇴 결정을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 10일 국회에서 지도부 총사퇴 결정을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비대위원장 임명을 두고 당내 반발이 있다. 스스로 당을 책임져야 하는 이유가 있나.

"사실 대선에서 누구보다 책임이 가볍지 않은 사람이다. 책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나를 위해 훨씬 깔끔한 행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물러나면, 오는 24일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8월 당대표 선거의 대리전으로 흘러 계파 정치가 뿌리 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당내 갈등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이해한다. 선출 직후 이재명 전 후보도 전화로 '굉장히 어려울 텐데 잘 버텨달라,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대선 패배, 부동산·청년 대책 미흡에 대한 평가"

-대선 패인은 무엇인가.

"지난 5년간 3기 민주정부에 대한 평가였다. 부동산 정책과 청년이 처한 구조적 불평등에 해법을 제대로 내놓지 못한 부분에 평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은 메우고 더 적극적으로 혁신하겠다."

-쇄신 과제는

"대선 패배 이후 2030세대 청년들이 대거 입당하고 있다. 청년들이 당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방선거에서 2030세대 후보 공천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


이성택 기자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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