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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1㎞ 거리에 초고층 빌딩…경호와 개발, 용산의 어색한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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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미래 먹거리’의 거점으로 점찍은 곳이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는 국제업무지구로 탈바꿈할 참이다. 35층 고도제한이 풀린 이촌동은 개발 호재로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개발 지구 인근 국방부 청사로 옮기기로 하면서 복병을 만났다. 서울시는 일단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한 채 대통령직인수위와 이견 조율에 주력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20일 “용산 지역은 이미 군사시설 보호를 전제로 개발이 진행돼 왔다”며 “청와대가 이전하더라도 추가적 규제는 없다”고 못 박았다. 윤 당선인은 전날 오 시장과 40분가량 만나 용산 대통령 집무실 관련 여론을 듣는 자리에서 같은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고위 관계자도 “윤 당선인 발표대로 서울시 개발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가세했다.
윤 당선인과 서울시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추가 규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현재 국방부 주변 지역은 건물의 높이 제한이 엄격하지 않다. 이에 국방부와 바로 인접한 한강로1가와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은 50년 넘은 낡은 건물을 각각 최고 32층과 35층으로 높이려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반면 청와대 인근은 대통령 경호가 최우선이다. 서울시가 규정한 최고고도제한지역(인왕자연경관지구·1종일반주거지역)에 포함돼 최고 4층 이하(16m) 건물만 지을 수 있다. 또한 국방부와 달리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돼 항공기 운항이 제한된다. 청와대 상공을 방어할 방공포가 배치된 점도 용산과 다른 점이다.
국방부 청사와 용산 정비창은 불과 1㎞ 떨어져 있다. 오 시장 1기 재임 시절인 2006년 111층(높이 620m)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 국제업무지구를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려다 중단됐다. 규모를 줄인다 하더라도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집무실 경호와 상충될 개연성이 크다. 이미 국방부 주위에는 헤링턴스퀘어, 아모레퍼시픽, 자이 아파트 등 고층건물이 즐비하다. 고도제한에 묶여 재산권 행사에 발목 잡힌 한남 뉴타운 등 용산의 다른 지역 개발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아울러 윤 당선인은 “신속히 용산공원을 조성해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은 물론 향후 관저까지 들어서면 공원을 시민들에게 온전히 돌려주기 쉽지 않다. 미군기지를 돌려받아도 새 정부 임기 안에 환경 정화가 끝날지조차 의문이다. 용산구의 한 서울시의원은 “재건축, 재개발에 속도를 내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던 구민들의 기대감이 규제 우려에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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