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강원 산불 악몽 여전한데...'레고랜드' 대규모 이벤트 뭇매

입력
2022.03.20 12:00
20면
구독

강원도, 26일 완공 기념 대규모 이벤트
국민의힘 "행사 취소, 피해 복구 힘써야"
정의당 도당 "주민들이 겪은 고통 외면"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가 5월 5일 문을 연다. 강원도는 연간 방문객이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1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가 5월 5일 문을 연다. 강원도는 연간 방문객이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1

강원도가 춘천시 의암호에 추진하는 테마파크 '레고랜드' 완공을 앞두고 대규모 이벤트를 계획하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달 초 삼척과 강릉, 동해 산불로 5,600ha가 넘는 산림이 잿더미가 돼 320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시점에 축포를 쏘겠다는 발상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강원도는 26일 블록 완구를 테마로 한 레고랜드 (28만790㎡) 완공에 맞춰 대규모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어린이 수도 선포식'과 레이저쇼 등을 펼칠 예정이다. 이어 6월에도 불꽃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1년간 지속된 시행사 뇌물비리 △도유지를 최대 100년까지 공짜로 빌려주는 불평등 계약 △수익률(30.8→3%)의 석연치 않은 감소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 이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수천억 원의 혈세를 들이고도 정규직 채용은 15% 안팎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개장 후 교통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마저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심상화 강원도 의원은 20일 "산불 피해를 본 주민들과 이재민을 생각하면 축제성 행사가 적절한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레고랜드 관련 이벤트 예산 15억 원을 산불 피해 이재민들과 피해 복구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정의당 강원도당 대변인도 "최근 제주는 강원, 경북 등지에서 일어난 산불의 고통을 나누는 차원에서 전면 취소했다"며 "강원도가 주민들이 겪은 고통을 외면하고 불꽃축제를 계획한다는 것은 지자체가 도민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윤 대변인은 또 "강원도가 6월에 열겠다는 호수나라 물빛축제는 2019년 상반기에 타당성 부족과 여론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도의회에서 거부한 춘천세계불꽃대회의 이름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 고위 관계자는 "레고랜드는 단순히 강원도의 것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 어린이들이 즐겨야 하는 중요한 장소인 만큼 축하 행사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박은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