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OECD 결핵 발병률 1위 오명…결핵 증상과 예방법은?

입력
2022.03.19 17:00
수정
2022.03.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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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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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결핵의 날(World TB Day)’이다. 2022년 세계 결핵의 날의 테마는 ‘결핵 퇴치를 위한 투자, 생명을 구하다(Invest to End TB. Save Lives)’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결핵 퇴치를 위한 전 세계의 지원을 통해 결핵 사망률을 줄이자는 뜻을 담고 있다.

◇감염병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혀

결핵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에 의한 감염 질환이다. 주로 폐결핵 환자가 말을 하거나 기침 혹은 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포함된 미세한 침방울 혹은 비말핵(droplet nuclei)이 공기 중으로 퍼져 감염된다. 코로나19 같은 호흡기성 전염병으로, 국가 2급 감염병으로 분류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0년만에 처음으로 전 세계 결핵 사망자가 증가했다. 2020년 한 해 전 세계적으로 987만 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결핵 사망자는 149만 명으로 2019년 141만 명보다 5.6% 증가했다. 2020년 결핵은 코로나19에 이어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 원인 중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결핵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 1위를 차지할 만큼 결핵 부담이 가장 높다.

2020년 발표된 결핵 진료지침 4판에 따르면, 한국은 2019년 2만4,000명의 결핵 신규 환자가 생겨 이로 인한 사망이 인구 10만 명당 3.5명 수준으로 발생했다.

또한 2020년 결핵은 국내 법정 감염병 중 최다 사망을 기록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결핵 사망자 수는 1,356명이다.

◇기침·가래 등 일반 호흡기 질환과 구분 어려워

폐결핵은 결핵균이 폐 조직에 감염을 일으켜 발생한다. 결핵 환자의 상당수는 무력감, 피곤함을 호소하고 식욕이 떨어져 지속적으로 체중이 감소한다.

폐결핵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과 가래이므로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과 구별이 어렵다. 중증 이상의 결핵에서는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거나 호흡곤란이 올 수 있다.

폐결핵을 예방하려면 흔히 ‘불주사’라고 이야기하는 BCG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생후 1개월 이내 모든 신생아에게 BCG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BCG 예방접종을 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폐결핵 발병이 20%까지 줄고 10년간 효과가 지속된다. 다만, BCG 예방접종을 한다고 해서 결핵에 전혀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고 결핵성 뇌막염이나 속립성 결핵과 같은 치명적인 결핵을 예방할 수 있다.

결핵 예방을 위해서는 예방접종도 필수적이지만 결핵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결핵은 호흡기 전염병이므로 평소에도 기침 에티켓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결핵을 의심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결핵이 의심되면 결핵균 전파를 막기 위해 치료 시작 전이라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공장소 이동을 삼가야 한다. 또, 결핵 환자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접촉자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김순종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폐결핵을 막을 방법은 전염성 있는 결핵환자의 조기 발견 및 치료뿐”이라며 “결핵에 대한 인식 개선과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된다고 해서 반드시 발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설령 감염된다고 해도 몸이 이겨낼 수 있도록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 중단하면 까다로운 다제 내성 결핵돼

결핵은 최소 6개월 이상의 장기 치료를 하면 환자의 90% 이상이 치료를 마친 후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불규칙한 복약이 지속되면 결핵 재발이나 치료 실패로 이어져 더 치료가 까다로운 다제 내성 결핵으로 악화하거나 광범위 약제내성결핵으로 심화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다제 내성 결핵이란 결핵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두 가지의 항결핵제인 이소니아지드·라팜피신을 포함한 2개 이상의 결핵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해당 치료제로 치료가 되지 않는 결핵이다.

다제 내성 결핵의 발병 원인은 1차 내성과 획득 내성으로 나눠진다. 1차 내성은 처음부터 내성인 결핵균에 감염되는 것이고 획득 내성은 약물의 임의 복용 중단, 불규칙한 투약 등으로 인해 치료 과정 도중 내성을 획득한 경우다.

다제 내성 결핵은 치료 성공률이 50% 정도에 불과하여 치료 효율이 낮고, 치료에 사용되는 2차 약제는 1차 약제보다 부작용이 많다. 치료 기간도 18~24개월로 매우 길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로 병변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광범위 약제 내성 결핵은 다제 내성 결핵 중 플루오로퀴놀론 계열 항생제 중 적어도 한 가지와 항결핵 주사제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로, 치료가 훨씬 어렵고 사망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치료 환경을 개선하고자 국내 전문가들은 다제 내성 결핵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진단을 빨리 할 수 있는 진단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20년 결핵 진료 지침 4판에 따르면, 결핵 진단 시 다제 내성 결핵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모든 결핵 환자의 첫 배양 균주 혹은 항산균 도말 양성 검체에 대해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의 신속 감수성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다제 내성 결핵이 확인돼도 반드시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퀴놀론계(quinolone) 약제에 대한 신속 감수성 검사를 추가 권고하며 다제 내성 결핵 퇴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진료 현장에서 권고안이 적용될 수 있도록 ‘결핵 퀴놀론 신속 감수성 검사 체계 구축 사업’을 시행하는 등 국내 결핵 치료 환경의 변화를 위한 걸음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제ㆍ약제 내성 결핵 치료 성공률도 저조

국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다제 내성 결핵과 광범위 약제내성결핵의 발생률 및 치료 성공률은 아직까지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다제 내성 결핵 환자 발생률은 전세계 4위에 달한다. 국내 다제 내성 결핵 치료성공률은 2017년 64.7%를 기록했지만 70-80%에 달하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다제 내성 결핵 환자 추이를 살펴보면, 2012년 1,212명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지만 2017년부터 2019년까지도 500~600명 대의 환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광범위 약제 내성 결핵은 국내 전체 결핵 환자 중 5%가량으로 추정되며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광범위 약제 내성 결핵 치료 효과가 확인된 항결핵 약제의 수가 매우 적은 실정이다.

이에 국내에서 미충족 수요가 큰 다제 내성 결핵 및 광범위 약제 내성 결핵 영역에 새로운 치료 옵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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