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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산소 운반하는 적혈구, 많을수록 좋을까?

입력
2022.03.21 18: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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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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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거나 자가 격리를 하면서 간이 장비를 이용해 산소포화도를 측정해봤다는 사람이 많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호흡, 맥박, 체온 등 세 가지를 ‘바이탈 사인(활력 징후)’으로 활용해오다 19세기 들어 혈압, 20세기에 산소포화도를 추가해 다섯 가지를 쓰고 있다.

산소포화도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의 몇 %가 산소와 결합하고 있는지를 적외선 장비로 측정해 백분율로 나타내는 수치다. 95~99%는 정상, 91~94%는 저산소증 주의이며, 90% 이하는 저산소증으로 인해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단계로 본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호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와 적혈구에 문제가 생긴 경우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호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대표적인 원인은 폐렴, 과다 출혈에 의한 급성 호흡부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을 꼽을 수 있다. 산소가 희박한 고산(高山) 등산도 원활한 호흡을 방해한다. 호흡은 정상인데 산소포화도가 낮다면 적혈구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적혈구가 부족한 것이 빈혈이다. 빈혈은 혈중 산소포화도 저하나 조직 내 저산소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의 하나다. 숨을 쉬어도 적혈구가 부족하니 체내에 산소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것이다. 빈혈은 건강에 해로우며, 철분 섭취 등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적혈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까? 그렇지 않다. 적혈구가 너무 많으면 피떡(혈전)이 잘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혈전은 심혈관이나 뇌혈관을 막아 협심증, 뇌경색 등의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흔한 원인이 흡연이다. 적혈구의 수명은 평균 120일. 그런데 적혈구가 담배 속 일산화탄소와 결합하면 제 기능을 잃는다. 적혈구가 부족해졌음을 감지한 우리 몸은 그만큼 적혈구를 더 만들어낸다. 가스중독도 흡연과 비슷한 현상을 일으킨다.

문제는 이미 일산화탄소와 결합해 못 쓰게 된 적혈구도 최장 120일 동안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못 쓰게 된 적혈구에 새로 만들어진 적혈구까지 더해지니 적혈구 과잉 현상이 생기고, 그에 따라 혈액 양도 증가해 혈전이 생기기 쉽다.

남성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도 적혈구가 과도하게 증가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한때 빈혈 치료에 남성호르몬 제제를 사용한 적도 있다.

적혈구가 많이 만들어지는 질환도 있다. ‘진성적혈구증가증’은 적혈구, 혈소판 등의 세포가 과다하게 증가하는 골수 증식 종양의 일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혈액 속에 미성숙 적혈구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바이러스가 건강한 적혈구를 파괴하면 골수에서 만들어지고 있던 미성숙 적혈구가 혈액으로 방출된다는 것. 이러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적혈구가 많아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진다.

적혈구의 양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는 어렵다. 다만 적혈구가 과다하게 생성되도록 하는 흡연은 반드시 끊어야 하며, 고산 등산이나 격렬한 운동을 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나이 들어 ‘회춘’ 목적으로 남성호르몬을 투여할 때도 적혈구가 과도하게 증가해 치명적 혈전 생성 위험이 증가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적혈구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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