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또래보다 큰데 혹시 성조숙증?

입력
2022.03.1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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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클리닉에서 키를 재보고 있는 한 여자 어린이. 느닷없이 찾아온 성조숙증 때문에 자유로워야 할 신체를 관리ㆍ통제하게 된 아이와 부모의 심정은 납덩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장클리닉에서 키를 재보고 있는 한 여자 어린이. 느닷없이 찾아온 성조숙증 때문에 자유로워야 할 신체를 관리ㆍ통제하게 된 아이와 부모의 심정은 납덩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조숙증은 또래보다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는 경우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여아의 경우는 만 8세,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사춘기의 시작과 함께 신체적 변화가 동반되는데 남아는 고환의 용적이 4㏄ 이상(어른 엄지 손톱 정도 크기), 여아는 가슴에 멍울이 잡힌다면 사춘기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인 되면 평균 키에 미치지 못할 수도

성호르몬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2차 성징을 유도하고 성장판을 자극한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된 어린이는 성호르몬이 성장을 촉진하기에 또래보다 키가 빨리 크는 경향이 있지만 성장판이 일찍 닫혀 조기에 성장이 끝난다.

결국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평균 키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가 또래보다 빨리 큰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아이들의 신체적인 변화를 주의 깊게 보다가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키가 또래보다 크다고 해서 모두 성조숙증은 아니다. 자녀의 현재 키보다 키가 크는 속도를 더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키와 몸무게를 체크해 성장 속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 속도가 최근에 급격히 빨라졌다면 이는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신호다.

◇딸 초경 나이, 점차 감소 추세

성조숙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에는 13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는데 낮아지는 출산율과 대비되는 증가 추세이다. 또한 여아의 초경 나이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초경 연령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최근에는 12.6세까지 앞당겨졌다는 보고가 있다. 전문가들은 환경이나 식생활의 급격한 변화가 인체에 영향을 주고 호르몬 변화를 야기하여 사춘기를 앞당기고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나 플라스틱 등의 화학물질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신체 내분비계에 악영향을 끼쳐 사춘기를 앞당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유전적 요인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도 성조숙증 유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춘기 지연 주사, 부작용 적어

성조숙증은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나뉘는데 치료를 위해서는 이 둘을 먼저 구분해야 한다. 먼저 중추성 성조숙증이란 성조숙증의 원인이 뇌의 시상하부나 뇌하수체 등의 중추성에서 유래하는 경우로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선 축’의 조기 활성화로 인해 성호르몬이 정상보다 일찍 분비돼 발생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중추성 성조숙증인데 치료를 위해서는 사춘기 지연 주사를 4주~12주 간격으로 처방을 받는다. 드물게 나타나는 말초성 성조숙증은 고환이나 난소에 종양이 있어서 성호르몬이 다량 분비되거나 약품이나 화장품 등에 의해 성호르몬에 노출돼 나타나는데 원인에 맞게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이영준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일부 부모님들이 성조숙증 치료를 받으면 자녀의 키가 더 자라지 않거나 딸의 경우 불임될까 걱정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라며 “사춘기 지연 주사는 성조숙증으로 인해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것을 막아 키가 꾸준히 오래 크는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이 교수는 “주사 맞은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붓는 등의 일반적인 주사 부작용 이외에 심각한 부작용을 보이는 사례는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비만 관리, 성조숙증 예방 첫걸음

비만을 관리하는 것이 성조숙증 예방의 첫걸음이다. 또한 자녀가 1회용 용기나 플라스틱, 성인용 화장품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포함된 환경호르몬이나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성분들이 2차 성징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 키를 키우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을 함부로 먹이지 말고 부득이하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섭취 여부를 정해야 한다.

이 교수는 “자녀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자녀가 균형 잡힌 식사를 적당량 섭취하여 비만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운동과 규칙적인 수면 습관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면 자녀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그는 또한 “자녀의 성장 속도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가까운 성장클리닉에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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