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석연료 LNG가 탄소free?… 공정위 "문제없다"

입력
2022.03.21 11:00
수정
2022.03.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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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업 SK E&S의 액화천연가스 광고
실현되지 않은 기술 내세워서 "CO₂ 없다"
환경단체가 신고했으나 공정위 봐주기 논란
그린워싱 엄격히 규제하는 세계 추세에 역행

SK E&S는 지난해 3월 자사 홈페이지와 언론 보도자료에 바로사 가스전을 홍보하며 'CO₂ 없는 친환경 LNG' 표현을 사용했다. SK E&S 홈페이지 캡처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액화천연가스(LNG)를 ‘탄소중립 LNG’로 광고해도 괜찮을까.

공정거래위원회가 "탄소포집·저장(CCS) 기술 사용 계획이 있으면, LNG를 ‘탄소중립’ ‘탄소free’ 등으로 광고해도 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LNG는 탄소배출량이 막대한 화석연료이고 CCS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기술임에도 이 같은 결정이 나와서, 정부가 화석연료 기업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묵인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공정위는 에너지기업 SK E&S의 LNG 광고가 표시광고법상 거짓·과장 광고에 해당하지 않아 무혐의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2월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SK E&S의 광고를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화석연료 기업의 광고에 대해 그린워싱 여부를 판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 1,350만 톤 탄소 배출, 광고는 '탄소중립'

SK E&S는 LNG를 생산·유통·사용하는 기업이다. 현재 호주 북서부 바로사 지역에서 매장량 7,000만 톤 규모 LNG전을 개발하고 있다. 2025년에 가동할 예정인데, 이 LNG를 전부 전기 발전에 사용하면 매년 최대 약 1,350만 톤의 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지난해 3월 SK E&S가 자사 홈페이지와 언론 보도자료에서 바로사 가스전 LNG를 “탄소중립” “CO₂ FREE” 등으로 광고하며 불거졌다. LNG에서 탄소가 배출되긴 하지만, CCS 기술을 사용해 제거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CCS는 공기 중의 탄소를 모아 지하 저장고에 묻는 기술이다.

그러나 기후솔루션은 이 같은 구상이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에 1,350만 톤을 포집할 수 있는 단일 설비는 없다. 전 세계에 21개 규모 설비가 운영되고 있는데, 포집량을 다 합해도 연 최대 4,000만 톤에 그친다.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지만 현재 그 효과가 입증되지는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별다른 저감책을 내놓지도 않은 채 막연히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있다.

SK E&S도 CCS를 활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전부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400만 톤에 대해 CCS를 240만 톤 적용하고, 나머지 160만 톤은 탄소배출권 거래 등을 통해 상쇄한다는 계획이다.

소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950만톤에 대해서도 "LNG 대부분을 전기 발전이 아닌 블루수소 생산에 사용할 예정"이라며 "실제 SK E&S가 책임져야 하는 탄소 배출량은 200만톤 수준일 것이고 이 역시 CCS를 적용해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 E&S는 해당 광고에서도 “CO₂ 없는 친환경 LNG시대 연다”며 "CCS 기술 고도화를 통해 LNG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제거함으로써 ‘CO₂ Free LNG’ 사업을 실현해 나간다는 구상”이라고 했다.

공정위 "미래 사업이라 현재 판단 못해"

반면 기후솔루션은 "SKE&S 계획에 따르더라도 CCS의 기술·경제적 한계를 고려하면 탄소중립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공정위에 판단을 요구했다. 공정위 심사 지침에 따르면, 환경 광고는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또 제품의 생산·소비 전 단계에 걸친 환경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기준을 어길 경우 시정 권고나 과태료 처분 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SK E&S 광고가 "향후 생산계획에 관한 것으로서 현시점에서 거짓·과장이 분명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LNG 생산이 2025년에 시작되고 탄소 배출, CCS 적용 등도 그 시점에 이뤄지므로 지금 시점에서 이 광고가 거짓이 될지 아닐지는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현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SK E&S의 광고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사업 또한 곧 실현될 것이 확실시되어서 기술·경제적 현실성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며 "이번 공정위 결정대로라면 향후 계획은 현실성과 관계없이 광고해도 된다는 것”고 했다.

또 공정위는 무혐의 결정 이유로 광고에 'CO₂ 100% 제거' 등 구체적인 감축량을 적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제시했다. ‘CO₂ Free LNG’ ‘이산화탄소 제거 LNG’ 등 표현은 구체적 수치가 없어서 광고에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정림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프리(free)’라는 표현은 ‘카페인 프리’ 등 일상생활에서 '전혀 없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며 “다른 제품도 ‘OOO free’라고 쓰면 면책될 수 있다는 무리한 판단”이라고 했다.

세계 각국은 석유사 등에 그린워싱 감독 강화

이 같은 공정위 판단은 탄소 다배출 기업의 그린워싱 감독을 강화하는 국제 흐름과도 상반된다.

지난달 네덜란드 광고심의위원회(SRC)는 세계 2대 정유기업인 로열더치셸(셸)의 광고를 시정조치했다. 셸은 라디오 광고에서 스스로를 ‘에너지 전환의 선두주자’로 표현했는데, SRC는 셸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투자하고 있으며 변화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은 표현이 과장됐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9월엔 셸이 일반 석유에 탄소배출권 값을 얹고 '탄소중립 석유'라고 홍보한 데 대해 네덜란드 정부가 중단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엔 미 뉴욕시가 거대 석유기업 3곳 및 미국석유협회(API)를 상대로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자사 이미지를 친환경적으로 보이게끔 홍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2020년엔 영국 광고심의국(ASA)이 유럽의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의 저탄소 광고를 근거가 없다며 금지했다.

하지현 변호사는 “당국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감독할 수 있음에도 스스로 업무 범위를 축소한 결정”이라며 “기후위기 시대의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감독 당국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현종 기자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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