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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은 관리자보다 경영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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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공기업 한전에서 30여 년 근무하고 마이스터고등학교의 공모제 교장으로 교육계에 왔다. 학교에 와서 깜짝 놀란 것이 있다. 선생님들이 교장을 '관리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보통은 '교장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회의할 때, 또는 1대 1 대면 시에도 이따금 이렇게 호칭한다. "관리자께서 이렇게 해주셔야 합니다."
당황했지만 선생님만 탓할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교육부, 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학교장 관련 공문에 '학교 관리자 연수', '관리자 회의' 등 관리자라고 지칭해 왔다. 또한, 사립학교에서는 설립자(또는 설립 법인)를 학교경영자라고 한다. 이제 학교장을 관리자가 아닌 경영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립학교에서도 설립 주체는 학교설립경영자로, 학교장은 학교현장경영자(학교경영자)로 구분해 쓰는 것이 더 옳다고 본다.
물론 관리자라는 용어가 넓은 의미에서는 최고 리더부터 단위 조직의 리더까지 모두 포함하므로 잘못된 표현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관리자라고 하면 초급관리자, 중간관리자 또는 시설관리자, 소방관리자 등 전문 분야의 관리자를 떠올리게 된다. 더구나 관리자라는 말에서는 감독, 지시, 통제의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학교장은 이런 기본적인 관리뿐 아니라 인재 양성이라는 학교의 커다란 비전 달성을 위한 모든 활동을 아우르는 사람이므로 '학교경영자' 또는 줄여서 '경영자'라고 해야 옳다. 학교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같은 방향으로 선생님들의 역량을 인도하는 중심인물이기 때문이다.
학교장을 관리자로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선 우선 교육당국이 바뀌어야 한다. 매년 학교경영의 자율성을 목소리 높여 강조하면서, 학교장이 주어진 지침에 따라 학교를 소극적으로 잘 '관리'하기만을 바라서는 안 된다.
학교장의 마인드도 바뀌어야 한다. 혹시라도 스스로를 관리자로만 인식하는 학교장이 있다면 철학과 행동 모든 면에서 경영자로 변신해야 한다. 학교장은, 선생님들의 화합과 협조를 이끌어내고 교과과정과 교수학습 방법 및 인성 함양 활동까지 창의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이다. 아울러 학생들을 위해 교육당국, 지자체, 학부모, 동창회, 지역사회, 대학, 기업 등 학교 안팎에서 다각적으로 소통해 지지도 확보해나가야 한다. 학교장은 다양한 소리를 화음으로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동시에 인적자원 CEO이다.
끝으로, 선생님들도 관리자라는 용어를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교장이 관리자가 되면 선생님들은 관리당하는 사람이 될 우려가 있다. 학교경영에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주체이자 구성원으로서의 선생님들이 있을 뿐이다.
학교장이 '관리자'이어서는 학교의 발전도 교육의 정상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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