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실패로 체면 구긴 김정은... ICBM 대신 '핵실험' 카드?

입력
2022.03.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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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태양절 앞두고 '무력 이벤트' 절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평양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평양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면이 잔뜩 구겨졌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을 저지하려는 한미의 경고와 남측의 새 정부 출범에도 16일 보란 듯 미사일을 쏘아 올렸지만, 발사 직후 평양 상공에서 폭발한 것이다. 조급해진 북한이 실패 만회를 위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서 핵실험으로 눈을 돌릴 것이란 시각도 있다.

17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전날 진행된 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통상 발사 이튿날 날짜와 위치, 제원 등을 상세히 공개하며 성공을 자축하던 태도와 확연히 다르다. 북한은 전날 오전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신형 ICBM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초기 단계인 고도 20㎞ 이하에서 폭발했다. 발사 장소가 인구가 밀집된 수도 평양인 데다, 비행고도도 워낙 낮아 주민들도 실패를 눈치챘을 가능성이 크다. 폭발 당시 평양 상공에는 미사일 궤적을 따라 ‘갈 지(之)’ 자 형태의 붉은 연기가 생겼고, 굉음도 들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침묵에는 곤혹스러운 감정이 담겨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앞선 두 차례 시험발사를 무사히 치러낸 만큼 이번에도 성공을 자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11일 북한이 최근 쏜 탄도미사일이 화성-17형이라는 분석을 공개하면서 추가 도발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이에 대남ㆍ대미 압박 효과를 극대화하려 재차 같은 ICBM의 성능을 시험했지만, 무위에 그친 것이다. 주민들에게 군사적 성과를 과시할 기회도 놓쳤다.

김 위원장은 ‘설욕’을 위해 추가 도발 시점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최대 명절인 김일성 생일(4월 15일ㆍ태양절)이 한 달도 남지 않아 확실한 무력 이벤트가 절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ICBM 발사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덜 요량으로 다른 고강도 무력시위, 즉 핵실험 시도 가능성을 제기한다. 전례도 있다. 북한은 2016, 2017년 수차례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실패하자 제5차(2016년 9월), 제6차(2017년 9월)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이 2018년 5월 폐쇄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내 갱도 일부를 복원한 정황도 포착돼 핵실험은 유력한 선택지다.

그러나 ICBM이 ‘정찰위성’ 개발로 포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데 반해, 핵실험의 파장은 만만치 않아 북한 지도부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레드라인(금지선)’을 완전히 뛰어넘는 극강의 도발인 만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는 예고된 수순이다. 여기에 갱도 복구에만 수개월이 걸려 태양절에 맞춰 핵실험을 하기에 시간도 촉박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올해 초 김 위원장이 ‘모라토리엄(유예)’ 파기를 내비치기는 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핵실험보다는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이자 주력과제인 정찰위성 개발에 몰두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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