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이미 지옥이에요"... 429명 사망에 휘청대는 의료체계

입력
2022.03.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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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폭증에 의료진 확진까지 늘어
확진된 의료진 격리기간 3일까지 축소
"지금은 환자가 환자를 진료하는 꼴" 한탄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2만1,328명으로 첫 60만 명대에 진입했다. 위중증 환자는 1,159명으로 전날(1,244명)보다 85명 줄었지만, 사망자는 429명으로 첫 400명대를 기록했다. 뉴스1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2만1,328명으로 첫 60만 명대에 진입했다. 위중증 환자는 1,159명으로 전날(1,244명)보다 85명 줄었지만, 사망자는 429명으로 첫 400명대를 기록했다. 뉴스1

"입원 대기 환자가 '0명'이고, 병상 가동률이 안정적이라고요? 공무원들이 병원에 나와서 직접 보라고 하세요. 환자도 환자지만, 의료진 200여 명이 확진된 탓에 응급이나 입원환자 관리가 안 되고 있어요. 병원은 이미 지옥입니다."

17일 강원의 한 대형병원의 직원 A씨는 확진자가 늘어도 병상 등 의료대응체계는 여전히 안정적이라는 정부 발표에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A씨는 "지금 응급실로 들어온 환자들은 병상 하나 받으려면 사흘을 기다려야 하고, 중환자 병상은 이미 80~90%가 차서 더는 위중증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다 확진자와 의료진이 뒤섞이면서 병원 내 감염도 이어지고 있어서 의료공백까지 일어난다"고 전했다.

줄줄이 의료진 감염 ... 일반병동 운영, 수술 축소

지난 1월 24일 오전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의료진들이 검사 대상자를 기다리며 스트레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4일 오전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의료진들이 검사 대상자를 기다리며 스트레칭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62만1,328명, 사망자가 429명을 기록한 이날, 전국 각 병의원은 의료체계가 더는 버텨내기 어렵다는 호소를 쏟아냈다.

대형종합병원들은 기존 인력을 쥐어 짜내는 수준으로 돌리고 있다. 확진자 폭증, 의료진 감소가 맞물린 탓에 의료기관 대부분 업무연속성계획(BCP)을 최근 2단계로 격상해 운영 중이다. BCP는 위기 상황에서 대응해 어떻게 병원을 운영할지, 미리 만들어 둔 대응 가이드라인이다.

이에 따라 의료진이 확진됐을 경우 격리 기간을 7일에서 5일로 줄였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지금은 의료진을 새로 뽑을 수 없으니 인력난이 말도 못할 지경"이라며 "일반 병동 운영을 축소하고 수술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 격리 3일로 줄여 ... 기침해가며 진료

격리기간을 3일까지 줄인 곳도 있다.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은 감염 직원 비율이 전체 직원의 40% 수준까지 이르자 BCP 3단계를 적용, 의료진 격리기간을 3일로 줄였다. 그러다보니 기침에다 목의 통증까지 호소하는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그러자 이번에 병원에 온 환자들이 해당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지 못하겠다며 큰 소리로 항의하는 장면까지 온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격리를 3일밖에 안 했으니 그래도 보호구를 착용하고 일하러 나오지만, 환자들은 확진된 의료진이란 걸 아는 순간 접촉을 피한다"고 전했다.

이러다 병원이 오미크론 치명률 높일라

병원이라고 BCP 3단계 적용이 좋아서 하는 것도 아니다. 경기의 한 공공의료기관 의사는 "지난주 BCP 2단계를 적용해 격리 기간을 5일로 줄였는데, 한 주 만에 원내 감염자가 50명대로 늘어났다"며 "아픈 의료진을 나오라 하기도 어렵고 또 병원에 나왔다한들 원내 감염 위험을 더 키우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동부병원에서 의료진이 모니터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상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동부병원에서 의료진이 모니터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상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특히나 병원에는 이미 다른 기저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들이 있다. 의료진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런 기저질환 입원자들에게 괜히 오미크론을 옮길 위험성이다.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다한들 기존 입원자들은 고위험군일 수밖에 없다.

실제 이날 0시 기준 사망자는 429명으로 집계됐는데, 방역당국은 이 사망자 가운데 절반 정도는 기저질환으로 치료받다 확진된 경우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칫 병원이 오미크론 치명률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환자가 환자를 진료하는 꼴...대책 절실

의료진 과부하는 질병관리청 통계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이어진다. 환자 보기도 바쁜데, 행정적인 전산입력 업무를 하고 있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0시 기준 사망자 429명에 대해 질병청은 "절반 정도인 223명은 3일 이전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업무 폭증으로 사망신고가 하루이틀도 아니고 3일 이상 늘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앞으로도 당분간 확진자, 사망자 수 집계가 한발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지금 상황은 사실상 환자에게 환자를 돌보라는 것이어서 의료진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집단감염 폭증 우려까지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니 하는 말 이전에 이 문제부터 해결할 방법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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