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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인사 왈가왈부 말라" vs 尹측 "끝까지 염치 없네"… '회동 무산' 국지전

입력
2022.03.17 17:4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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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 무산 이후 신경전 이어져
MB 사면 두고도 청와대 '냉랭'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구권력 간 신경전이 확산일로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회동이 무산된 배경인 공공기관 인사권·사면권을 두고 17일 양측 간 국지전이 이어졌다. 회동 전부터 '국민 통합'이라는 취지가 빛을 바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열려 있던 청와대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사권·집무실 이전 두고 파열음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임기 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권에 대해 "분명히 대통령이 가지고 있고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오는 31일로 임기를 마치는 한국은행 총재 임명을 두고도 "5월 9일까지 임기인 문 대통령이 인사를 하지 누가 하겠냐"며 "인사권을 넘기라는 것은 상식 밖의 얘기"라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끝까지 자기 사람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정권의 모습이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 뜻을 거역하는 오만한 행동"이라고도 지적했다. 양측은 회동에 앞서 의제 등 실무 조율 과정에서 차기 한은 총재와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의 인사권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마찰을 빚고 있다.

양측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 이행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집무실 이전 배경으로 '청와대 내부 소통의 비효율성'을 꼽았다. 이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대통령 집무실을 본관에서 비서실로 옮긴 지 5년이 됐다.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 소요된다"고 꼬집었다. '대통령과 참모진 간 불통'이란 윤 당선인 측의 이전 명분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靑, MB 사면에 부담 커져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윤 당선인 측이 요구하는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도 싸늘해지고 있다. 회동 무산 직전까지 "윤 당선인이 건의하면 문 대통령이 수용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공개 요청하고, 문 대통령의 '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의 패키지 사면설까지 거론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사면은 사실상 보수 진영의 민원사항"이라며 "정중하게 요청해도 부담스러운데, 당선인 측이 스스로 판을 깨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이 공론화하면서 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든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한 사면을 결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잇단 신경전 속에도 양측은 회동 가능성은 열어뒀다. 박 수석은 "좋은 회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고, 윤 당선인 측 김 대변인은 "소통과 조율 작업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양측은 주말까지 입장을 조율한 후 다음 주 초 회동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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