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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쟁 시대, 소모적 정쟁 그만

입력
2022.03.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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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시절이던 지난해 12월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에서 원자력발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시절이던 지난해 12월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에서 원자력발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년간 에너지 논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단연 ‘탈원전’이다. 원자력발전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단 계획을 담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두고 정치권에선 극과 극의 해석으로 정쟁을 벌였다.

한쪽에선 전기요금이 올라도 탈원전 탓, 요금을 안 올려 한국전력 적자가 불어나도 탈원전 탓이라며 끊임없이 정부를 몰아세웠고, 다른 한쪽에선 탈원전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며 맞섰다. 에너지 정책이 이념 대결 수단으로 변질된 시간이었다.

그간 에너지 관련 논의를 두 쪽으로 갈라놨던 탈원전 논쟁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탈원전 정책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을 외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 후 당장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설계수명 연장 금지 계획 전면 백지화, 대형원전 수출 및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지원 등으로 현 정부 원전 정책을 확 뒤집겠단 의지가 뚜렷하다.

그러나 에너지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새 정부 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난 5년간 지속돼 온 소모적 다툼이 되풀이되진 않을지부터 걱정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오는 4월부터 예정된 전기요금 인상을 백지화하겠단 약속부터가 에너지 정쟁의 씨앗을 뿌린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탈원전 정책을 꼬집기 위한 상징적 선언 치고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시간도 촉박하단 이유에서다.

후보 시절 윤 당선인은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한국전력의 적자와 부채의 책임을 회피하고, 전기료 인상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며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논리를 폈는데, 사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들여다보면 원전 가동 중단보단 원가 상승 요인이 훨씬 컸다. 원전 가동은 이미 역대 최고 수준인 상황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2·3분기, 올해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할 때마다 ‘포퓰리즘’, ‘한전 죽이기’라고 비판했던 기존 당내 목소리와도 어긋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현 정권은 탈원전을 말로만 외쳤을 뿐 전혀 탈원전이 아니었고, 새 대통령도 말이 친원전이지 정작 임기 내 원전 가동률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높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권 인수기간 동안 자극적인 표현을 앞세울 궁리보다 원전 산업을 보다 멀리 보고, 냉철하게 분석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선 후보자로부터 ‘RE100’, ‘택소노미’의 개념을 설명 받았던 윤 당선인 모습을 많은 국민이 기억하는 만큼, 급진적인 원전 예찬론보단 방사성폐기물 처리 등 환경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한 긴 호흡의 원전 정책 수립이 더 절실하다. 따지고 보면 탈원전도 아닌데 5년 내내 탈원전 논란에 직면했던 현 정권의 고단함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면, 임기 중이라도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땐 과감히 결단하고 국민을 설득할 용기도 필요하다.

5월이면 야권이 될 지금의 여권 자세도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 수입을 끊어내려 하고, 러시아 또한 굽힐 기미가 안 보인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한국으로선 에너지자립 등 앞날을 위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할 때다. 이미 세계 각국에선 에너지 전쟁이 시작된 상황에서, 뜻이 다르다고 정쟁만 벌이다간 된서리 맞기 딱 좋은 시기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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