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갖지 않아도 농부가 되는 법

우프 코리아 제공

작년 초 '파테크(대파+재테크)' 열풍이 불었다. 한파로 대파 공급이 부족해 값이 4~5배 이상 급등하자, 가정에서 직접 대파를 키우기 시작한 것을 재치있게 표현한 말이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실내 생활이 늘어남에 따라 '반려식물'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히 취미와 원예의 개념을 넘어 반려, 동반자의 개념이 더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홈가드닝, 플랜테리어 등의 식물 시장도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과거의 농사는 단순히 '농부만의 것'이었지만, 갈수록 농사의 개념과 형태가 확장되며 우리 실생활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실제로 귀농, 귀촌을 꿈꾸는 도시민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도시에서 자연을 누리는 '생태 도시'와 '도시 농업'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가치관을 교류하며 친환경적 농촌의 삶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이 있다. 바로 우프(WWOOF: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다. 우프는 1971년 영국의 한 여성이 주말마다 농가를 방문해 반나절 동안 농사일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으면서 시작된 것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까지 전 세계 150여 개 국가에서 1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활동했다.

우프 코리아 제공

우프에서 농사일을 돕는 자원봉사자를 '우퍼(WWOOFer)'라 부른다. 이들은 귀농, 귀촌에 관심을 가지고 대안적 삶과 농촌의 일상을 경험하고자 한다. 우퍼들에게 일손을 도움받고 숙식을 제공하는 농장 주인은 '호스트(host)'라 하는데, 함께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삶의 경험과 철학을 이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이처럼 우퍼와 호스트가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서로 배우고 나누는 경험이 축적된다. 이러한 활동을 '우핑(WWOOFing)'이라 칭한다. 한국에는 1997년도에 '우프코리아'가 설립되었으며, 여러 심사를 거쳐 현재 전국 55여 곳의 다양한 친환경 농장이 함께하고 있다.

우프코리아의 김혜란 대표는 20대 때 호주에서 우프를 경험한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는 '땅을 소유하지 않은 농부, 세계를 가꾸는 여행'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국내 농가와 우퍼를 이어주는 활동을 20년 넘게 하고 있다. 초기에는 우프라는 낯선 개념 때문에 사람들의 호응이 적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우프 활동을 지지해 주고 참여해 주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농업은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는 다리다. 농촌과 자연에 첨단 사회의 미래가 있으므로, 더 많은 사람이 한국 농촌의 일손을 돕고 그곳에서 자연을 배우며 경험하는 삶의 가치를 느끼길 바라며 우프코리아가 그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우프 코리아 제공

우프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농촌 활성화이며 지속 가능한 농업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농촌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우프 활동은 단순한 일손돕기가 아니라 농촌을 경험하지 못해본 이들이 농촌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친환경의 가치와 농업의 숭고함 등에 대해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바쁜 현대사회를 살다 보면, 문득 자연의 흙냄새와 풀벌레 소리가 그리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농촌의 삶이 궁금하거나 지역을 알고 싶은 분들, 그리고 땀 흘리며 힐링하고 싶은 분들께 이 우프를 통해 '땅을 소유하지 않은 농부'가 되어보길 권한다.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