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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약 5년 250만 가구 공급…'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입력
2022.03.17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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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노믹스 과제]<3>부동산 정상화
'닥치고 공급', 대내외 변수에 흔들릴 수도
숫자에 매몰 말고 유연한 공급 필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부동산 시장 안정은 차기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이 정권교체에 불을 지폈다는 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공급 부족이 근원적인 문제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을 감안한 듯 현재까지 윤석열표 해결책은 '닥공(닥치고 공급)'이다. 공공, 민간 가릴 것 없이 물량을 쥐어짜 임기 5년간 250만 가구 이상 공급을 약속했다.

1년에 50만 가구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연평균 공급량(46만9,000가구)을 볼 때 불가능한 규모가 아니다. 다만 정비사업, 택지개발 등 추진 과정에서 불거질 다양한 갈등과 건설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 경기침체 우려 등 대내외에 산적한 변수가 문제다. 전문가들은 250만이란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변수를 통제하며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 공급으로 주거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공·민간 따질 것 없이 '닥공'

윤 당선인 250만 가구 주택공급 공약. 그래픽=강준구 기자

윤 당선인 250만 가구 주택공급 공약. 그래픽=강준구 기자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재건축·재개발 47만 가구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 가구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 가구 △소규모 정비사업 10만 가구 △공공택지 142만 가구 △서울 상생주택 등 기타 13만 가구 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공택지에는 문재인 정부가 지정한 물량도 포함됐다.

주택 유형별로는 △청년원가주택 30만 가구 △역세권 첫집 20만 가구 △공공분양주택 21만 가구 △공공임대주택 50만 가구 △민간임대주택 11만 가구 △민간분양주택 119만 가구다.

이를 모두 합쳐 뽑아낸 숫자가 250만 가구이고, 이 중 수도권 물량이 150만 가구에 이른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곧바로 주택공급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연평균 공급량이 현재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최근 5년간 공급량도 250만 가구가 넘는다"며 "민간이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물량 확보에는 좋은 결과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택공급은 준공 기준 연평균 54만6,000가구다. 하지만 문 정부 정책은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로 인해 실패로 평가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차기 정부 역시 도심에 아파트 비중을 높이겠다는 공약이 얼마나 이행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업 과정에 불거질 수많은 갈등...정부 역할 어떻게

주택공급 현황 및 전망. 그래픽=강준구 기자

주택공급 현황 및 전망. 그래픽=강준구 기자


도심 공급을 위해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강한 규제로 지체된 정비사업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30년 이상 노후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용적률 500% 등으로 재건축, 재개발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자투리 땅이 없는 도심에서 공급을 늘리는 방향성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관건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다. 주민 간 갈등, 투기수요 자극, 양극화 등 불안 요인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정부가 갈등조정 능력을 키워 주민 갈등 등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줘야 한다"며 "사업이 지연되는 건 비용 증가로 이어져 집주인, 세입자, 사업자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 수요에 따라 정부가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민들의 정비사업 추진 요구가 큰 곳은 정부가 지원하고, 요구가 적은 곳은 종전처럼 보존 중심의 도시재생으로 가야 한다"며 "공공이 일방적으로 정비사업 대상지로 지정해 추진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지보상과 이주대책 갈등, 땅 투기 등이 끊임없이 튀어 나온 공공택지 개발도 마찬가지다. 양지영R&C연구소를 운영하는 양지영 소장은 "3기 신도시도 주민 반발이 커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며 "공공택지는 물량이 적은 게 아니라 추진 과정의 난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숫자 채우기보다 주거의 질에 초점을"

무주택 청년을 위한 '반값 아파트'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은 계획대로 저렴한 가격에 분양하고 목표 물량을 채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향후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도심 땅값이 계속 오르는 것도 불확실성을 키우는데 공공주택 공급 재원 마련 방안은 여전히 '깜깜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서울 아파트값은 너무 올라 평균 10억 원이 넘는데, 절반 가격이라도 청년들이 부담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3기 신도시 분양가도 비싸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 어떻게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안전을 중요시하는 사회 변화에 따라 공사기간이 늘어나 공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 또한 분양가 상승 요인이다. 앞뒤 안 잰 '공급 폭탄'은 주택경기가 꺾일 경우 미분양 폭증과 '하우스 푸어'(집을 보유한 가난한 사람)를 양산하는 역풍도 불러온다.

이런 변수들 때문에 사업 과정에서 예상되는 리스크를 정부가 선제적으로 통제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김덕례 실장은 "숫자를 버리고 주거의 질, 삶의 질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대내외 환경이나 시대적 상황을 보면서 유연하게 공급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물량을 정해놓고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방식을 정립하고 성공 사례를 누적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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