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김부겸 총리 '1급 감염병 해제' 검토 언급 ... 전문가들 "K방역 망칠 수도"

입력
2022.03.16 19:00
수정
2022.03.16 22:12
1면
구독

지금도 확진 통보 늦은 데 더 지체될 위험성
병원비 내야 해서 중환자 부담은 더 커질 것
전문가들 우려에 정부는 "의료비 지원 가능"
거리두기 해제엔 "확진자 40만 명대라" 고심

1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1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50만 명을 돌파한 16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등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54만9,854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4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불과 9시간 만에 50만 명 마저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1급 감염병 해제를 섣불리 감행했다간 "K방역이 실패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뜩이나 늦은 확진 통보가 더 늦어져 오미크론 확산세를 더 키울 수 있고, 무료 치료가 중단되면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중환자 관리에 문제가 생긴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방역당국은 일상적 의료체계에서도 코로나19 대응이 가능하도록 현재 1급으로 지정된 감염병 등급을 조정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달라"고 지시했다.

1급 지정 해제되면, 신고진료체계 바뀐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가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의 1급 감염병 지정이 해제되면 환자 신고·격리 체계가 바뀐다. 현재 법정 감염병은 심각도와 전파력 등에 따라 1~4등급으로 분류한다. 치명률과 집단발병률이 높은 1급의 경우 의료진이 발병 사실을 인지한 즉시 방역당국에 신고해야 하고, 환자는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해 음압시설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코로나19는 물론, 에볼라바이러스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17종이 여기에 해당된다.

2급(결핵, 수두 등 21종) 혹은 3급(후천성면역결핍증, B형간염 등 26종)은 '발병 24시간 이내'에 신고하면 된다. 2급은 음압시설이 아닌 곳에 격리할 수 있고, 3급은 격리가 필요 없다. 인플루엔자(독감) 같은 4급은 7일 내 신고하면 된다. 의료나 행정 측면에서 훨씬 여유가 있다.

수십만 확진자 쏟아지는 현실 반영

이날 김 총리의 '1급 해제' 발언은 하루 수십만 확진자가 쏟아지는 현 상황을 일정 부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대로 검사 치료체계를 계속 유지해나간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앞서 지난 3일엔 경기도의사회가 나서서 "1급 감염병은 확진자가 몇백 명 수준일 때나 가능하다"며 등급 완화를 요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미 일부에선 2급 감염병 수준의 대응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방역당국은 입원환자가 코로나에 확진됐으나 경증이나 무증상일 경우, 음압시설이 아닌 격리 가능한 별도 병상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확진으로 인정하기로 하면서, 일선 병·의원들은 당일 진료가 끝난 뒤 한꺼번에 신고하는 경우도 많다.

치료 지체에 중환자 치료비 부담 걱정

16일부터 다른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 중 무증상 및 경증 환자들은 비음압 일반병상에서 치료를 받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병원 모습. 연합뉴스

16일부터 다른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 중 무증상 및 경증 환자들은 비음압 일반병상에서 치료를 받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병원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1급 감염병 해제는 아직 이르다"고 반대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은 신속한 대응이 필수인데, 확진 신고가 늦어지면 격리, 치료 시간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는 치료비 부담이다. 1급 감염병은 국가가 치료비 전액을 지원한다. 하지만 2급부터는 본인 부담금이 생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등급이 낮아지면서 자기 부담분이 늘어나는 구조"라면 "경증 환자는 몰라도 중환자에게 엄청난 의료비 부담이 갈 수 있고, 그러면 중환자 관리가 더 힘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통령 질병관리청 방역대책본부 총괄조정팀장은 확실한 언급은 피하면서도 "2급이라 해도 치료비 지원은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어 달리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보완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거리두기 완전 해제 가능성엔 ... "확진자 40만이라" 고심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앞에 방역지침을 비판하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앞에 방역지침을 비판하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다음 주 21일부터 적용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에 대해 방역당국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간 대대적 완화 가능성을 언급해왔지만 확산세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날 방역당국은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경제민생분과 위원 상당수는 '거리두기를 아예 해제하자'고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은 "학생들도 정상등교를 하고 있는 마당에 '6인·오후 11시'로 묶어두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17일에는 방역의료분과 회의를 별도로 열어 다시 한번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걸림돌은 역시나 불어나고 있는 확진자, 위중증 환자, 사망자 수치다. 이 때문에 거리두기 완전 해제보다 사적모임 인원이나 영업시간 제한을 일부 풀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특히 영업시간 연장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본 한 관계자는 "지난번 대폭 완화를 얘기했을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며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은 만큼 여러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김경준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