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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셀프 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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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은 서훈의 무게만큼이나 제작비도 비싸다. 목에 거는 경식장과 어깨띠에 다는 정장, 가슴 좌우에 부착하는 부장과 금장 등 4개 세트에 들어가는 금만 717g 약 200돈. 금은 보석으로 치장한 무궁화대훈장 한 세트 제작비는 약 6,800만 원. 안중근 의사 등이 받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제작비가 172만 원 수준인 데 비해 40배나 비싸다. 대통령 부부 모두에게 수여하는 만큼 총 제작비는 1억 원을 훌쩍 넘는다.
□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궁화대훈장은 수여 소식이 나올 때마다 ‘셀프 서훈’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현직 대통령과 영부인이 수여 대상인데 훈장을 주는 사람 역시 현직 대통령이라는 희한한 구조 때문이다. 더구나 이승만 정부부터 김대중 정부까지는 대통령의 업적과 상관없이 취임과 동시에 훈장을 수여했다. 아예 훈장을 달고 취임식에 나타난 대통령도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수여로 관행을 바꿨지만 “자화자찬도 유분수” “집안잔치 하느냐” 등의 비난과 조소는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말기 퇴임 후 서훈을 잠시 검토했지만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임기 말에 훈장을 수여했다. 논란 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훈 시기를 임기 초로 되돌렸다.
□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무궁화대훈장 서훈을 추진하면서 또다시 셀프 서훈 논란이 시끄럽다. 이에 박수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한민국 최고 훈장을 문재인 정부에서만 폐지하라는 것인지 문 대통령은 기여한 바가 없으니 받지 말라는 것인지 분명히 하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상훈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규정에 따라 서훈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10년 전 이명박 정부를 빼닮았다.
□ 임기 말 대통령에게 최고 훈장을 수여함으로써 5년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예우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대통령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목에 훈장을 걸어주는 행위는 보기 민망할 뿐 아니라 시대착오적이다.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대통령에게 후임 대통령이 훈장을 준다면 어떤 이의도 없을 것이다. 무궁화대훈장 받는 대상을 전임 대통령으로 바꾸는 상훈법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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