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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 '0%' 경고... 尹정부가 '골든타임' 놓치면 경제 주저앉는다

입력
2022.03.16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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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노믹스 과제]<2>저성장·위기극복
2000년대 초반 5% 잠재성장률 반토막
저성장 고착화 넘어 '역성장' 우려까지
정부, 민간 중심 경제 위해 판 깔아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강원 동해시 국가철도공단 망상수련원에 마련된 산불 피해 이재민 임시거주지를 방문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강원 동해시 국가철도공단 망상수련원에 마련된 산불 피해 이재민 임시거주지를 방문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 중 잠재성장률 제고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로 경제 활력이 꺾이면서 한국 경제가 그대로 주저앉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10년 안에 잠재성장률이 0%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고된 만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옥석을 가린 규제 완화와 노동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언한 “잠재성장률 4% 달성”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잠재성장률 수직 낙하…8년 뒤 1% 밑으로

15일 한국금융연구원의 ‘향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경로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잠재성장률은 윤석열 정부 임기 중인 2025년 1.57%로 떨어진 다음 5년 뒤인 2030년(0.97%)엔 0%대에 진입한다. 2045년엔 0.60%까지 곤두박질친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국내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 안팎에서 현재 2.0%(2021~2022년)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는 그나마 경제활동참가율 등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됐을 때를 가정한 수치다. 경기가 활력을 잃어 자본 투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잠재성장률은 수직 낙하한다. 2030년 0.68%를 찍은 뒤 2045년엔 마이너스(-0.08%)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도 그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는 게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재정전망보고서’에서 38개 회원국 중 한국의 2030~2060년 잠재성장률을 캐나다와 함께 공동 꼴찌(0.8%)로 내다봤을 정도다.

여러 정부의 반등 노력에도 잠재성장률이 추락한 건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2006~2020년 세 차례의 ‘저출산·고령 사회 기본계획’에 152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1.132명에서 0.837명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청년 해외취업 지원과 대학 인문역량 강화, 소프트웨어(SW) 전문 인력 양성 등 청년 일자리 문제도 저출산 문제로 접근하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 명목으로 편성됐으나 저출산과 관련 없는 예산이 많았다”며 “집값 상승과 사교육비 부담, 여성 경력단절 등 구조적 요인을 방치한 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긴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 김대훈 기자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 김대훈 기자


불필요한 규제 손봐야…임금체계 개편도 고려 사항

생산가능인구 증대는 잠재성장률 제고에 핵심 방안이나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결국 새 정부가 이를 보완할 대책으로 △규제 완화 △신성장동력 육성 △노동인구 증가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더욱 두껍게 할 것”이라며 새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를 밝혔다.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지 않고 시장과 기업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판'만 까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판을 깔아주는 역할에는 과감한 규제 개혁이 포함된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 만들어졌거나 강화된 규제는 5,700여 건에 달한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는 게, 민간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인공지능(AI)이나, 바이오, 탄소중립 등의 첨단 과학기술 분야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는 적극 손볼 부문으로 지목된다. 예를 들어 미래차의 핵심 기능이 될 소프트웨어무선 업데이트(OTA)는 장소 제약 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해도 도로교통법에 관련 규정이 없어 도로·인도 통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AI 등 신성장 산업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9%로 전산업(2.5%)보다 낮다”며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해 신산업이 성장할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예상되지만 재계가 기업 경영을 위협한다고 호소한 중대재해법, 주52시간제 등이 미세 조정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윤 당선인 측도 법 시행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현실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고령층이 정년 후에도 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거나 여성의 사회참여를 확대하는 것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방안으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출산율을 OECD 평균(1.68명)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2020년 52.8%)을 OECD 소속 유럽 국가 평균(55.3%)으로 높이는 등의 종합대책이 효과를 볼 경우 2030년 잠재성장률은 2%대 중반까지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호봉제 위주의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고령층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청년 고용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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